열흘 전 ‘트럭 시위’ 스타벅스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면제

국민일보

열흘 전 ‘트럭 시위’ 스타벅스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면제

장애인고용 우수 기업 선정돼 정기 근로감독 면제 혜택
“관심·감독 필요한 시점에 근로감독 면제 이해 어려워”

입력 2021-10-17 16:42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도로에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정차해있다. 연합뉴스

불과 열흘 전 직원들의 ‘트럭 시위’ 사태를 겪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장애인고용 우수 기업에 선정됐다는 이유로 3년간 정부의 정기 근로감독을 면제받게 됐다. 일각에선 노동자 처우 개선이 가장 시급한 시점에 근로감독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스타벅스코리아 등 15개 기업·기관을 ‘장애인 고용 우수사업주’로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기업·기관에는 앞으로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면제, 모범납세자 선정 시 우대, 은행 대출금리 우대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000인 이상 기업 부문 장애인 고용 우수사업주(총 3곳)에 선정됐다. 지난해 이 회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3.89%로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고용률(3.1%)보다 0.79%포인트 높았다. 고용부는 스타벅스코리아 선정 이유에 대해 “장애친화적 매장을 오픈(서울대치과병원점)해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며 “장애인파트너 공감·소통회, 블렌딩데이를 통해 장애인의 직장 적응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스타벅스코리아 노동자 처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에 고용부의 3년 정기 근로감독 면제 혜택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정기 근로감독은 고용부가 매년 사업장 근로감독 종합시행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제도로, 기존에 진정이 제기되거나 위반 사례가 있는 기업이 우선 감독 대상에 포함된다.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직원들은 지난 7~8일 본사에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8일 음료 주문 시 다회용 컵을 무료로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 때 매장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당시 스타벅스 앱 사용자는 145만7168명으로 전날보다 1.7배 늘었고 일부 매장의 대기 주문량은 650잔까지 치솟기도 했다. 창립 22년 만에 처음 목소리를 낸 매장 직원들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충원은 안 해주면서 이벤트만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노동자 기본권을 침해하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취업규칙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취업규칙은 노동자가 지켜야 할 복무규율 등을 사용자가 정해 놓은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취업규칙에 직원 출·퇴근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하면 회사 출입을 금지·퇴장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회사 허가 없이 유인물 배포, 벽보 부착, 집회·시위 등을 할 때도 회사 출입을 막겠다는 규정도 포함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취업규칙이 노동관계법상 위반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민석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스타벅스코리아가) 정당한 노조 활동을 저해하기 위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거나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정기 근로감독 3년 면제’ 혜택은 사실상의 근로감독을 예고한 고용부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김소라(가명·30)씨는 “본사 차원에서 일부 개선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직원들과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라며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런 시점에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노동 전문 대학교수는 “조건이 부합하는지는 들여다 봐야겠지만 수시감독이나 특별감독까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스타벅스코리아가 노동자 처우 개선과 관련해 긴장의 끈을 놓게 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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