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만남 속 인생 모든 것 일기일회

국민일보

[엄윤상의 세상만사] 만남 속 인생 모든 것 일기일회

입력 2021-10-17 20:53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행복한 만남, 불행한 만남, 상쾌한 만남, 불쾌한 만남,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만남,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만남, 정직한 만남, 부정한 만남, 그리고 또 이런저런 만남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는 그 수많은 만남 속에서도 ‘사람 갈증’을 느낀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가 내 갈증을 일거에 해소해 줄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소홀히 대하게 된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런 구세주는 없다.

차(茶)의 세계에 ‘일기일회(一期一會)’란 말이 있다. ‘일기(一期)’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한 주기를, ‘일회(一會)’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귀한 깨달음을 주는 이와의 만남을 의미한다. 즉, ‘깨달음을 주는 이와의 일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뜻이다.

얼마 전, ‘일기일회’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만남이 있었다. 그는 온화한 생김새와 달리 세상에 대한 불신감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이야기만 열심히 할 뿐, 들으려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만남도 마찬가지. 네 번째 만남은 한참 뒤에 이뤄졌다. 필자가 그의 일방적 하소연과 불평불만이 부담스러워 이런저런 핑계로 만남을 회피했기 때문이었다.

한때는 ‘기부 천사’였던 그가 세상을 불신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선한 의도를 이용하여 그의 재산을 편취한 사람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다. 그 일로 그는 세상을 증오하게 되었다. 그러나 증오의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줄 사람은 없다. 외톨이가 된 그에게 세상에 대한 저주와 증오의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고, 우연히 필자가 그 ‘누군가’가 된 것이다.

어쩌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도 알았는지 그도 차츰 오염된 마음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런 만남이 반복되면서 그는 마음의 평화를 찾았고, 지금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

이 만남 이후로 필자는 업무적 만남이든, 사적 만남이든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법정스님은 ‘이 사람과 이 한때를 갖는 이것이 생애에서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여긴다면 순간순간을 뜻깊게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지나가 버린 것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때그때 감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라고 설파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바로 이 사람이 구세주이고, 그 사람과의 이 순간 만남이 ‘일기일회’가 아닐까. 오늘도 마음을 열고 새롭게 맺을 두 사람과의 인연을 준비한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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