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장항습지 생태관광지 조성 계획 급제동…왜?

국민일보

한강하구 장항습지 생태관광지 조성 계획 급제동…왜?

입력 2021-10-19 11:33 수정 2021-10-19 11:36

한강하구 장항습지 생태관광지 조성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뢰 폭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다 폭우로 물이 불어날 때마다 유실 지뢰가 강 상류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막을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람사르 습지 인증서를 받은 지 5개월 만이다.

람사르협약 사무국은 장항습지가 생물다양성이 우수하고 습지 유형이 독특해서 국제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올해 5월 21일 람사르협약 사이트(wwww.ramsar.org)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경기도 고양시는 람사르 습지 등록을 계기로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한 장항습지 생태관광지 조성 사업이 지뢰 위험으로 인해 전면 보류된다고 19일 밝혔다.

고양시는 장항습지를 보전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행주산성, 한강생태공원, 호수공원 등과 연결을 통해 거점 생태관광지로 육성하고 체계적인 습지 관리와 견학을 위해 장항습지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버드나무숲 속 33개 물골 복원과 생태계 교란종 제거, 탐조대 추가, 겨울 철새 먹이 주기와 쉼터 조성 등 계획도 발표했다.

이처럼 탄력을 받고 추진되던 장항습지 생태관광지 조성 사업은 지난 6월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

장항습지에서 외래식물 제거와 환경정화 작업을 하던 50대 남자가 유실 지뢰를 밟아 발목이 절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장항습지 인근 한강 변에서 지뢰 폭발로 70대 남성이 크게 다치고 두 달 뒤 고양시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 인근에서 M14 대인지뢰가 발견된 데 이어 다시 인명사고가 생기자 시민 안전에 비상이 걸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장항습지에서 폭발한 M14 지뢰는 신관을 뺀 나머지가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금속탐지기로 찾기 힘든데다 작고 가벼워서 강물에 휩쓸려 수백km까지 떠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대적인 수색을 해도 좀처럼 수거하기 힘들다.

설령, 장항습지에서 지뢰를 어렵사리 제거하더라도 임진강이나 한강 상류에서 폭우가 내리면 언제든지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고양 시민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성명을 통해 “지뢰 없는 장항습지의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강하구 지역인 고양시 신평동, 장항동, 법곳동 등에 걸친 7.6km 구간의 도심 속 장항습지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 구간이어서 생태계가 다채롭고 특이하다.

저어새, 흰꼬리수리, 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과 큰기러기,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32종을 포함한 생명체 1천 66종의 터전이기도 하다.

고양=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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