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빠진 유동규 공소장…“뇌물이 배임 동기인데 왜?”

국민일보

‘배임’ 빠진 유동규 공소장…“뇌물이 배임 동기인데 왜?”

입력 2021-10-22 16:43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소장에서 배임 혐의를 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소하지 못할 혐의를 구속영장에 적시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업체 선정 및 사업협약 체결 과정에서 화천대유에 편의를 제공하고,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적용하면서 편의 제공과 연결되는 배임죄가 제외된 것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4차장검사)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와 부정처사후수뢰(약속) 혐의만 담았다. 이번 의혹의 핵심이자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도 담겼던 배임 혐의는 제외됐다. “배임 혐의 등의 경우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하지만 기소하지 못할 혐의를 구속영장에 넣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구속 영장에 적시한 혐의를 공소장에서 빼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구속영장에 적힌걸 빼는건 검찰 정기 사무감사에서의 지적사항이고 심하면 징계까지 받는 중대 과오”라고 적었다. 영장이 발부된 후 추가 수사에서 혐의가 더 단단해지거나 추가 혐의가 발견되는 게 일반적임을 고려하면 검찰의 이번 기소는 수사 난항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서 배임 혐의가 제외된 것을 두고 법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업체 선정과 사업협약, 주주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700억 약정은 결국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면서 민간업체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게 된 부분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뇌물이 배임의 동기를 설명하는 구조라 검찰 입장에서는 두 혐의가 같이 가야 입증이 용이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구속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확실한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보강해 배임 등 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를 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배임과 추가 뇌물 혐의 등에 대한 보강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수사팀은 이날도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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