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부인 한줄 “대신 사죄”…그마저 “5·18 관련 아냐”

국민일보

전두환 부인 한줄 “대신 사죄”…그마저 “5·18 관련 아냐”

이순자 “재임 중 고통받은 분들께 대신 사죄” 15초짜리 사과
전씨측 “대통령 취임 전 광주 5·18에 대한 사과 아니다” 한정

입력 2021-11-27 13:08 수정 2021-11-27 15:35
27일 오전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한 이순자씨와 유족들. 연합뉴스

11대, 12대 대통령을 지낸 고(故)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27일 전씨의 과오와 관련 처음 대국민 사죄를 했다. 전씨 본인은 끝까지 하지 않은 사죄를, 41년 만에 부인의 입을 통해 대신 전한 것이다. 그러나 전씨 측은 그마저도 “재임 중”에 한한 사과라며 광주 5·18 당시 과오와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씨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서 유족 대표로 나서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시고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면서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면서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장을 치르는 내내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전씨 유족 측이 낸 첫 입장이었다.

전씨 본인은 1988년 11월 백담사로 떠나기 전 5·18과 관련해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9월 아들 재국 씨가 미납 추징금 납부계획서를 내러 검찰에 출석하며 “사죄드린다”고 말한 바 있으나 사과의 대상을 분명히 해 사죄한 적은 없었다.

이씨가 이날 ‘고통받고 상처 입은 분들’을 직접 거론한 것이 전씨 측이 사죄 대상을 놓고 한 첫 사과인 셈이다.

그러나 이씨의 사과에는 ‘재임 중’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전씨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사를 보니 5·18 단체들이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이씨가) 5·18 관련해 말씀하신 게 아니다”라며 “분명히 재임 중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재차 강조하기까지 했다.

전씨가 1980년 9월 1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 발생한 5·18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민 전 비서관은 그러면서 “재임 중에도 경찰 고문으로 죽은 학생들도 있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사과문은 이씨가 직접 작성했다.

입관식을 마친 고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 연합뉴스

이씨의 이날 사과는 그나마도 전체 3분14초 가량의 추도사 중 15초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비통한 소회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는 “6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부로서 함께 했던 남편을 떠나보내는 참담하고 비참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된 것은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은 이날 이씨의 사과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기봉 5·18 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전씨 측이 ‘5·18 관련 사과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은 것에 대해 “역시 이건 사과가 아니다”라며 “전씨가 5·18과 관련해 어떤 사과도 한 적이 없고 죽기 전까지도 오히려 자기는 아무 잘못 없다고 끝까지 재판하고 간 사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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