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던지고 막말” 극단선택 간호사 남친 ‘태움’ 증언

국민일보

“볼펜 던지고 막말” 극단선택 간호사 남친 ‘태움’ 증언

입력 2021-11-29 08:34 수정 2021-11-29 10:01
YTN 보도화면 캡처

일명 ‘태움’(간호사들이 겪는 직장 내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의정부 을지대병원 간호사가 숨지기 전 선배 간호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모욕과 폭행을 당했다는 남자친구의 증언이 나왔다.

27일 YTN에 따르면 숨진 간호사 A씨(24)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나눴던 남자친구 B씨는 A씨가 병원에 근무했을 당시 겪었던 괴롭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B씨는 “(A씨가) 반복되는 야간·밤샘 근무에 시달리며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갔다”면서 “퇴근하겠다고 얘길 했는데 ‘너 같은 애는 필요 없으니까 꺼져라’라며 다 보는 앞에서 혼냈다. 한 번은 볼펜을 던져서 본인 얼굴에 맞았다”고 전했다.

A씨가 B씨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퇴근하고 밥 먹으려니까 속이 다 뒤집어져서 (안 들어간다). 계속 토하는데 먹은 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안 나온다” “새벽 내내 토하다가 이제 아침 되니까 기력 딸려서 머리가 아프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B씨는 A씨에게 “그만둬라. 우울증 치료도 받자”고 제안했지만, 간호사 일에 대한 열망이 컸던 A씨는 1년 경력을 채우기 위해 버티겠다고 했다. 또 진료기록이 남으면 간호 쪽에서 일할 경우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끝내 일을 관두지 못했다.

A씨는 다른 병동으로 옮기는 일이 무산되자 결국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는데, 상사에게 “(규정 때문에) 60일 뒤에야 퇴사가 된다”는 말을 듣고 좌절했다고 한다. B씨는 “외래도 안 보내주는데 퇴사까지 안 시켜주니 A씨는 ‘너무 다니기 싫다, 그냥 죽고 싶다’고 얘기했었다”고 회상했다.

인터뷰하는 남자친구. YTN 보도화면 캡처

A씨는 지난 16일 병원 기숙사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통화 도중 ‘쿵’ 소리가 나더니 대답이 없었다. 동기에게 확인 한번 부탁한다고 연락을 남겼고, 동기는 정확히 몇 호에 사는지 몰라서 문을 두드리며 찾아냈다”고 당시 상황을 힘겹게 전했다.

B씨는 끝으로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몬 것은 병원 측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A씨를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병원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일이다. 경찰 수사와 진상조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6일 경기도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입사 후 9개월이 되었을 무렵 A씨는 병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 측에 의하면 A씨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2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병원 내에 괴롭힘이 있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또한 병원과 A씨 사이의 계약서를 토대로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조사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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