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숨은 여학생…경찰은 수색 못한채 돌아갔다

국민일보

베란다에 숨은 여학생…경찰은 수색 못한채 돌아갔다

입력 2021-12-02 10:57 수정 2021-12-02 18:05

외국 국적의 여중생을 집단 폭행하고, 범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10대 여중생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학생 측은 사건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찾았지만, 베란다에 갇힌 피해 학생을 찾지 못했다며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1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중학생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다른 2명은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어서 울산지법 소년부로 넘겨졌다.

이들 4명은 지난 7월 3일 0시부터 오전 6시쯤까지 양산 시내 모처에서 A양(14)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손과 다리를 묶어 집단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 학생이 속옷 차림으로 폭행당하는 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A양은 가출한 뒤 가해 학생 중 1명의 집에서 지내다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사건 전날 A양의 이모가 찾아와 ‘왜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느냐’라고 훈계하며 뺨을 때리자 이에 불만을 품고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 측은 폭행을 당하기 전 경찰이 현장을 찾았지만, 방만 확인하고 돌아가 베란다에 갇혀 있던 A양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A양의 어머니는 사건 당일 “가출한 딸이 있을 것 같다”며 경찰과 함께 가해 학생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이 A양을 베란다에 숨겼고, 경찰이 방만 확인하고 돌아간 뒤 폭행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경찰이 피해 학생 어머니와 함께 사건 현장을 찾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A양이 자의로 베란다에 숨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출동한 경찰관이 어머니와 함께 방안과 욕실 등을 확인했다”며 “범죄 현장도 아니고 저희가 집 전체를, 세간살이를 다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경찰은 법원의 영장 없이 개인의 신체, 재산 등에 대한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다. 현행범인의 체포, 긴급체포 등의 경우에만 영장 없는 강제 처분이 가능하다.

경찰은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됐다는 피해 학생의 진술에 따라 유포 여부와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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