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앗아간 만취 뺑소니…아내로 ‘바꿔치기 자수’까지

국민일보

목숨 앗아간 만취 뺑소니…아내로 ‘바꿔치기 자수’까지

입력 2021-12-03 07:27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당시 블랙박스 화면. 독자 제공, 연합뉴스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다 되돌아오던 중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운전자가 구속됐다. 가해자는 현장에 아내를 보낸 뒤 아내가 사고를 냈다며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 장흥경찰서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로 A씨(68)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7시46분쯤 전남 장흥군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1t 트럭을 운전하다 맞은 편에서 오던 B(64)씨의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한 뒤, 다시 2차 사고로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중앙선을 넘어 B씨 차량과 충돌하는 1차 사고를 냈지만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그대로 차량을 몰아 운행을 이어갔다. 집 방향이 아닌 것을 깨닫고 다시 차량을 되돌려 사고 현장 쪽으로 오던 그는 B씨를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냈다. 당시 B씨는 차에서 내려 경찰에 뺑소니 신고 후 차량을 살피던 중이었다. A씨는 그대로 현장에서 달아났다.

경찰은 도로에 설치된 CCTV를 통해 A씨 신분을 확인하고 집에 있던 A씨를 붙잡았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난달 18일 전남 장흥에서 일어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올린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A씨는 경찰에 “1차 사고 후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라 다시 돌아가던 중 사고를 냈다. 술에 취해 가드레일을 받은 줄 알았다. 사람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그의 아내는 사고를 숨기기 위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고 직후 A씨의 아내가 차량을 타고 사고 현장을 찾아와 경찰에게 ‘내가 운전했다’는 식으로 말하며 허위 자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유족은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는 음주운전 사망 피해자 아들입니다. 제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올려 반복된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 조항 위헌 결정을 지적하며 강화된 음주운전 처벌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숨진 B씨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가해자는 음주운전에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명백한 살인범”이라며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다면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되는 게 사회 정의이고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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