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 조사위 “심석희 충돌, 고의 맞지만 ‘자기방어’ 가능성도”

국민일보

빙상연맹 조사위 “심석희 충돌, 고의 맞지만 ‘자기방어’ 가능성도”

입력 2021-12-08 19:00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000m 결승에서 한국의 최민정, 심석희 선수가 넘어지고 있다. 국민일보DB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000m 결승에서 한국의 최민정, 심석희 선수가 넘어지고 있다. 국민일보DB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심석희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고의충돌’ 의혹에 대해 ‘고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최민정에 대한 악의에 따른 행동인지, 심석희의 자기방어 행위인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양부남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위원장은 8일 서울 송파구 벨로드롬 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심석희와 A코치가 문자메시지로 ‘브래드버리’를 언급하고, 경기에서 심석희의 푸싱으로 최민정이 넘어진 것을 보면 의심이 된다”면서도 “심석희의 행위가 자기보호 차원에서 한 행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호주 국적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안현수와 안톤 오노 등 주요 선수들이 뒤엉켜 넘어지면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딴 선수다. 심석희는 평창올림픽 당시 대표팀 코치와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브래드버리 만들자”라는 발언 등이 공개돼 ‘고의 충돌’ 의혹에 휩싸였고, 최민정 측이 진상조사를 요구하면서 조사위가 진행됐다.

조사위 조사 대상은 코치 및 동료비방, ‘브래드버리’ 고의충돌, 라커룸 불법도청, 2016년 월드컵·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아대회 승부조작 등 총 4가지였는데 고의충돌 부분이 핵심이었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당시 심석희와 최민정이 3, 4위로 달리다 마지막 1바퀴를 남은 상황에서 최민정은 추월을 위해 바깥으로 크게 돌며 치고 들어가다 코너에서 심석희와 충돌하며 펜스에 부딪혔다. 그 사이 1~3위가 정해졌고 최민정은 4위, 심석희는 실격처리됐다.

양 위원장은 “영상을 보면 심석희가 오른팔로 최민정의 왼팔을 밀면서 스냅을 확 친다”며 “이는 본인도 모르는 반사적 행동이 아니라 의도된 행동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고의가 무엇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경기 중 충돌할 때 자기 방어를 위해 고의로 미는 동작이 일반적이냐’는 질문에 빙상연맹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조사위는 라커룸 불법도청과 승부조작에 대해서도 ‘증거 없음’ 판단을 내렸다. 양 위원장은 “도청은 안 한 것으로 크게 본다”며 “2016년 월드컵과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아 1000m 경기도 선수 진술과 전문가 의견, 영상분석을 종합해볼 때 승부조작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동료 욕설·비하와 외국 선수에 대한 응원 등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을 사실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사위는 빙상연맹에 비리신고센터 설치, 기존 연맹의 기구 활용 강화, 선수 대상 성인지감수성 및 인권 교육 실시를 건의했다.

연맹은 조사위 결과를 바탕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심석희에 대한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맹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공정위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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