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하마,악어를 삼키다

국민일보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하마,악어를 삼키다

입력 2009-09-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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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코만 내밀고 물속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하마를 볼 때마다 동네 아줌마 같다. 짧고 통통한 다리, 수더분한 몸매 때문일까? 하지만 사실은 사자, 코끼리를 제치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맹수다. 어수룩해 보이는 모습에 혹해서 물가에 다가갔다가는 큰코 다친다. 하마는 사람보다 더 빨리 뛸 수 있고, 50㎝까지 자라는 날카로운 송곳니에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

하마(河馬)는 이름처럼 수륙양용에 딱 맞는 몸을 가졌다. 3t 정도의 몸무게 때문에 다리에 관절염이 올 법도 하지만 물의 부력을 이용해 부담을 줄인다. 귀, 눈, 콧구멍까지 머리 위쪽에 붙어 있어 머리를 조금 내밀고 나머지는 물속에 있어도 숨을 쉴 수 있고, 눈을 뜨고 있으니 적을 방어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잠수할 때 귀와 콧구멍을 꼭 막을 수 있어 물이 들어갈 염려도 없다.

하마의 라이벌이 악어다. 하마는 초식동물이고, 악어는 육식동물이니 악어가 하마를 잡아먹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무시무시한 이빨과 강력한 턱근육을 가진 악어도 하마한테는 역부족이다. 하마의 피부가죽이 워낙 두꺼워 악어가 물어 봤자다. 반대로 하마가 악어를 물면 치명적이다. 그래서 서로 못 본 척하는데, 악어는 가끔 하마의 신생아를 몰래 잡아먹는 것으로 복수한다.

어른 하마의 피부 두께는 5㎝나 된다. 이 두꺼운 피부 덕에 피하지방층이 거의 없는데도 하루종일 물속에 있어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몸에 털이 거의 없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어낸다.

멀쩡한 하마가 온몸에서 피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하마는 땀과 비슷한 물질을 피부에서 분비하는데, 이 물질에 붉은색 색소가 있어 피처럼 보인다. 이 색소가 피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차단하고 피부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 이 액으로 자외선차단제나 상처치료제를 만들면 부자(?)가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 하마가 들어온 것은 1912년. 창경원에서 2년 만에 첫 출산을 하고 1937년까지 25년 동안 무려 12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창경원을 이어받은 서울동물원에서도 하마는 잘 자라 1999년 평양동물원에도 보내졌다. 서울동물원에 가면 2007년 4월과 2008년 12월에 태어난 새끼까지 하마 4가족을 만날 수 있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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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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