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혜진] 중독을 이기는 법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이혜진] 중독을 이기는 법

입력 2014-07-04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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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어둠을 뚫고 바삭한 표면을 씹어대는 소리가 귀뚜라미 울음처럼 방안을 채운다. 소리가 잦아들 즈음, 아쉬운 손길이 빈 봉지 속을 휘젓는다. 그래도 MSG 분말이 묻어 있는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번진다.

고백하자면, 나는 과자 중독이다. 체질적으로 술 담배를 못하는 대신 남들이 술 담배를 찾을 때 과자를 먹는다. 순수하게 과자의 식감을 즐길 때도 있지만,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할 때 오늘 한잔 할까 하는 마음으로 한 봉지를 비우는 셈이다. 그럴 때 과자를 살 수 없게 되면 못내 불안해진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 부작용으로 몸살도 앓는다. 술 담배와 비교해도 덜하지 않을 터. 흉측하게 몸에 살이 붙는 것은 물론 속도 안 좋아지고 무절제가 가져오는 자책감 또한 만만찮다.

요즘 SNS를 들락거리는 내 마음이 꼭 과자를 찾는 그 마음이라 슬그머니 걱정이 앞선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스트레스가 쌓일라치면 얼른 이 가상세계로 접속해 버린다. 누군가와의 채팅은 과열된 불안을 잠재우고, 다른 이의 일상을 엿보며 대리만족으로 배가 불러온다.

이 드넓은 세계와 현실을 왕복하느라 안 그래도 바쁜 일상이 더욱 산란해진다. 달달 다리를 떨듯, 손가락을 바쁘게 놀려가며 한 바퀴 돌고 나면 도끼자루 썩듯 한두 시간이 훌쩍 간다. 밀려 있는 일상 앞에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때도 많다. 심지어 ‘좋아요’ 단추와 댓글들은 마치 나의 기분을 눌러대며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든다. 결국 삶에 대한 집중력은 심각하게 훼손된 채 다시 내 안에 허기를 심는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음식이든, 물질이든, 관계이든 모든 중독은 불안과 결핍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그 한가운데엔 바로 삶과 분리돼 버린 자기 자신이 있다. 작년 여름 1주일간 명상여행을 떠나며 큰맘 먹고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보낸 적이 있다. 자꾸 어디선가 진동이 느껴지고 답답함에 몸이 꼬일 지경이었다가 차츰 금단현상이 사라졌다.

내 안의 빈공간은 여전했지만 다른 무엇에도 눈길 주지 않고 그곳을 들여다보니 점차 새살이 돋듯 충일함이 차올랐다. 차원이 다른 포만감이었다. ‘자꾸만 가는 손길’을 멈추고 내면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힘이란 결국 내 삶에 대한 집중과 믿음에서 비롯된다. 올여름, 나는 또다시 과자와 클릭질과의 결별을 시도해 볼 참이다.

이혜진(해냄출판사 편집장)

반려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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