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미경 (6) “남편 주세요” 기도에 큰 바위 같은 5세 연하를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정미경 (6) “남편 주세요” 기도에 큰 바위 같은 5세 연하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충성스런 후배’ 하나님은 내게 딱 맞는이를 찍어주셔

입력 2014-09-1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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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는 이종업·정미경 부부. 법조인 커플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 이 세상에 더는 바랄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자마자 결혼이라는 게 하고 싶어졌다. 나중에는 그 마음이 너무 간절해져 공부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에 든다 싶으면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여자가 있거나’였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처지였다. 방법은 하나, 기도밖에는 없는데, 그 기도를 막는 장애물이 있었다. 전에 밝혔듯이 하나님께 합격의 꿈을 미리 꾸게 해 달라고 일생일대의 기도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기도 끝에 내가 단서를 달았는데, 다시는 이렇게 유치한 기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던 것이다.

바로 이 단서가 문제였다. 그렇게 다짐해놓고 기도응답 받았는데 이제 와서 좋은 남자와 결혼시켜 달라는 기도를 또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성경을 이리저리 뒤적이면서 결혼에 대한 구절을 찾아보기도 했다. 아무튼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성경에는 되도록 결혼하지 말라고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님도 결혼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혼자서 잘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곧 흐려졌고 결혼하고 싶은 열망은 점점 더 세져갔다. 그 문제로 끙끙 앓고 있던 어느 주일예배에서였다.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있는데 ‘되도록이면 기도를 길게 하지 마라. 짧게 해도 된다. 하나님께서 우리 사정을 너무 잘 아시기 때문이다. 순조로움 주시옵소서 이렇게만 해도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였다. ‘아 바로 이거였구나’ 깨닫고는 연수원의 남자들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먼저 맘에 드는 남자를 찍었다. 멀리서 그 남자를 바라보며 기도를 하였다. ‘순조로움을 주시옵소서.’ 그렇게 열심히 두 달 정도 기도했다. 그러나 그 남자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속으로 ‘내가 사람을 잘못본 거다. 저 남자는 아니었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른 남자를 찍었다. 또 그 남자를 향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두 달 정도를 기도했건만 이번에도 반응은 오질 않았다. 이렇게 2년간 계속하여 남자를 찍고 기도하고, 안 되자 포기하기로 했다.

사법연수원 2년차 시험이 끝나는 날 저녁. 친하게 지내던 연수원 동기이자 5세 연하 고대 법대 후배 이종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도서관 자리도 맡아주고, 모닝콜해서 깨워주고, 밥도 같이 먹어주고, 내 숙제도 대신 해주는 참 ‘충성스러운’ 후배였다. 그는 충남 청양이 고향인데, 공부 잘해서 대전으로 유학 갔다고 했고, 어릴 때 축구공이 없어서 돼지 오줌보로 축구했다는 이야기를 태연하게 했었다. 겨울에 목장갑을 끼고, 형님의 낡은 작업복바지를 입고 다녀서 친구들이 군밤장수 왔다고 놀렸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었다. 속으로 “얘는 나보다 더 심하게 가난했구나” 생각했었다. 그런 그가 대뜸 전화로 “누나, 아버지가 반대하세요.” “니네 아버지가 뭘 반대하시는데?” “누나랑 결혼하는 거.”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니네 아버지가 나를 왜 반대하시냐고?” 이런! 순간 내가 미쳤나 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음 날 만났다. 멋쩍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짐짓 화난 척하면서 아버지가 반대하시는 이유를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물었다. 그렇게 내 남자가 나타났고 그와 결혼했다. 우리는 5년 연상연하 커플이었기에 고대에서도 사법연수원에서도 많은 화제를 뿌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님이 주신 것 중에 내가 가장 잘한 선택은 남편이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큰 바위 같은 사람이다. 항상 그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걱정이 있어도 그와 이야기하면 걱정거리조차 아닌 것으로 바뀌어 버린다. 내게 딱 맞는 사람을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내가 찍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하나님이 찍은 사람으로 기도응답을 받았다.

정리=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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