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위기의 상어

국민일보

[사이언스 토크] 위기의 상어

입력 2014-10-1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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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불면 소나무는 부러져도 버드나무는 살아남는다. 노자는 이를 이유극강(以柔克剛)이라 표현했다.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부드러움으로 4억년 이상 바다를 지배하고 있는 동물이 있다. 상어다. 물렁뼈인 연골로 되어 있는 상어는 몸의 유연성이 다른 경골어류보다 훨씬 좋다. 연골 덕분에 입을 크게 벌릴 수 있어 먹잇감을 공격하기 유리하고, 한 번 물면 크게 흔들어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상어 중에는 수심 5000m 해저에 사는 종도 있는데, 이 역시 연골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수심 5000m에서는 약 500기압의 압력을 받게 된다. 그처럼 심한 압력을 받는 곳에서는 단단한 경골일수록 충격이 커 부러지기 쉽지만 연골인 상어는 고압을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다.

상어는 부드러운 골격을 보충하기 위해 경골어류보다 더 질기고 강한 피부를 지니고 있다. 순린이라는 무수한 돌기 모양의 비늘 탓에 골프공의 딤플처럼 물의 저항이 줄어들어 빠른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 기생생물이 피부에 정착하지 못한다. 상어의 연골은 상어가 평생 질병에 잘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상어 연골에는 콘드로이친과 히알루론산, 콜라겐 등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어 체내 영양분을 공급하고 면역력 강화 및 상처 치유 효과를 낸다. 이로 인해 상어는 병이나 암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어가 단단한 뼈로 진화하지 않고 연골어류로 남아 있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4억년 전이라면 육지에 나무가 처음 등장하기 전이며, 척추동물이 육지로 올라오기 전인 까마득한 세월이다. 생명의 역사에 있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 위기도 모두 무사히 넘겼다.

요즘 상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자연계의 상어에 암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없었는데, 최근 여러 종류의 상어에 종양이 발견된 것. 특히 상어 연골 자체에서 종양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다른 해양동물의 암 역시 점차 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인간의 해양 오염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해양 산성화로 인해 상어가 후각 능력을 상실하면서 공격 성향이 감소되고 먹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문제는 해양 산성화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상어가 그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추정이 나왔다는 점이다. 상어에 최대 위기가 닥친 셈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