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니코틴 중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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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니코틴 중독사

입력 2014-12-20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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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실험. 국민일보DB
중독사라고 하면 연탄가스나 복어 독 같은 것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경우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최근 담배의 니코틴 성분으로 중독사한 사례가 한국과 미국에서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무실에서 갑자기 숨진 50대 남성을 부검한 결과 니코틴 중독사라고 결론 내렸다. 혈액 내 니코틴 농도가 3.7㎎/ℓ 이상일 경우 위험한데, 그 남성의 경우 15배가 넘는 58㎎/ℓ로 측정된 것. 그가 어떤 방법으로 그 같은 고용량의 니코틴에 중독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9일엔 미국에서 한 살배기가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액상 니코틴을 먹은 후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전자담배는 담배 연기에 포함된 타르나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 없이 니코틴만을 흡입할 수 있도록 교환식 카트리지에 니코틴액을 넣어 수증기로 흡입하는 담배의 대안제품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니코틴액을 아이들이 실수로 마셔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한 여성은 쏟아진 니코틴액이 피부에 닿아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했다.

보통 니코틴의 위험에 대해 카페인 수준 정도로 과소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제된 니코틴 농축액은 티스푼 분량의 소량이라도 삼키거나 피부로 흡수될 경우 구토나 발작을 일으키고 아동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신경성 독소다. 니코틴은 휘발성이 높아 담배를 피울 때 대부분 공기 중으로 날아가서 그렇지 흡연이 아닌 직접 섭취를 하게 되면 담배 2개비에 들어 있는 니코틴의 양으로도 성인 남성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 만큼 니코틴은 강력한 독성 물질이다.

니코틴의 끔찍한 독성은 일찍이 유럽 연구진에 의해 임신한 엄마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어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수면 중에 일시적으로 호흡이 정지되면 자연적으로 산소 부족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러한 저산소증은 평상시 심장과 폐에 강력한 흥분을 일으켜 잠이 깨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반사적 반응 능력이 손상될 경우 일시 호흡 정지와 저산소증이 악화되어 그대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연구진은 생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흡연하는 엄마의 피를 통해서 태아에게로 전달된 니코틴이 임신 기간 동안 니코틴 수용체를 계속적으로 활성화시키고, 그 결과 수면 중 호흡 반사 능력이 줄어들게 되어 유아가 돌연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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