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점 있지만 부작용 우려되는 수능영어 절대평가

국민일보

[사설] 장점 있지만 부작용 우려되는 수능영어 절대평가

입력 2014-12-26 02:14 수정 2014-12-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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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현재 중3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는 수험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올해 들어 유력하게 논의됐던 사안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이 방침을 밝힌 이래 숱한 논란이 일었지만 교육부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부담 대폭 경감”을 주문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영역별로 석차를 매겨 9등급으로 나누는 현행 상대평가가 학생을 서열화하고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처럼 문제를 쉽게 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수 하나로 등급이 갈리게 되니 본질적 학력 경쟁이 아니라 실수 안 하기를 위한 소모적 경쟁을 유발해 오히려 더 비교육적이다. 만점자가 많이 나와도 상관없는 절대평가는 이런 문제점을 완화하는 장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대입 일반전형이 존재하는 한 수능시험의 존재이유는 선발을 위한 변별력이다.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더 많아지고 있는데 수능시험이 자격고사 기능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 하고, 더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것은 대입 전형을 위한 경쟁의 본질이다. 전형은 또한 공정해야 한다. 영어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영어에 상대적으로 강한 수험생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고 해서 수능 전 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면 수능시험은 존재이유를 잃는다.

대학들은 입학지원자의 영어 능력을 어떻게 판단하고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암암리에 ‘에세이 부과’ ‘심층 면접’ 같은 형태의 독자적 기준을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절대평가에서 90점 이상 수험생에게 1등급을 준다면 2015학년도 수능 영어시험을 기준으로 수험생 전체의 15%정도가 이에 해당된다. 상위권 대학들은 영어에 관한 한 수능시험을 전형 자료로 삼을 수 없다는 말이다.

영어 절대평가가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과장된 것이다. 사교육비와 학습 부담이 국어·수학 등 다른 영역으로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절대평가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영어 학습 의욕을 떨어뜨려 학력 저하 현상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는 우리 사회와 기업의 과도한 학력(學歷), 학벌 의존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대입전형 방식과는 거의 무관하다.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는 재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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