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남도영] 내 연봉에 적정한 자동차 가격

국민일보

[세상만사-남도영] 내 연봉에 적정한 자동차 가격

입력 2015-03-06 02:2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내 연봉에 적정한 자동차 가격이 얼마일까라는 문제는 정답이 없다. 감내할 수준의 자동차를 사서 만족스럽게 타면 된다. 비싸더라도 당사자의 만족도가 높으면 괜찮다. 사람마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자동차가 필요한 정도도 다르다.

정답은 없으나 참고할 만한 조언들은 있다. 비영리기구인 미국신용상담협회(NFCC)는 ‘20/4/10’ 공식을 권한다. 자동차 구입 시 계약금은 20% 정도를 지불하고, 할부기간은 4년 이내가 적당하며, 연 수입의 10% 이내에서 자동차 할부금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3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산다고 가정하면 계산법은 다음과 같다. 가격의 20%인 600만원을 계약금으로 내고 남는 금액인 2400만원을 4년 할부로 계산하면 월 할부금은 50만원, 1년 할부금은 600만원이다. 이자는 계산하지 않았다. 연 수입 10% 이내로 계산하면 연봉이 6000만원은 돼야 3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쉽게 보면 연 수입의 절반 정도가 적정 자동차 가격이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인식도 비슷하다. 2년 전 시장조사업체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적정 자동차 구매비용을 조사했더니 연봉의 절반 정도가 적당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문제는 자동차 할부 외의 다른 빚이다.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 휴대전화 할부, 카드 할부금액도 빚이다. 미 비영리단체가 발간하는 월간지 컨슈머리포트는 모든 빚 지출 비용이 수입의 36%를 넘으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연봉이 5000만원이면 연간 빚 지출은 1800만원이 한계다.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아파트 대출이자나 카드 할부 등으로 1년에 1500만원을 쓴다면 300만원 정도가 자동차 할부 비용으로 적당하다는 권고다. 20/4/10 규칙을 적용해보면 적정 구입 차량 가격은 1500만원 정도다.

구매비용 외에 자동차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찮다. 2년 전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기름값 보험료 등 자동차 연간 유지비는 462만원, 월평균 38만5000원이었다. 이를 고려해 차량 유지비와 할부금을 모두 합친 자동차 관련 비용이 연봉의 20% 이내여야 한다는 금융 조언도 있고, 조금 더 깐깐하게 3년 치 연봉을 합친 금액의 20% 이내가 자동차 비용의 상한이라는 조언도 있다. 신차 구입 후 1∼3년 감가상각이 많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사는 게 합리적인 소비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경제가 불황이라고 아우성이지만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 국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 자동차 구입이 늘어나면 좋겠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소득은 430만원, 연 수입으로 따지면 5160만원이었다. 수입만 보면 가구당 2000만원대 국산 중형차 한 대 정도는 구입할 여유가 있지만 지난해 가구당 연간 이자와 상환액 평균이 823만원이었고, 국민 한 명당 평균 빚도 2150만원이었다.

집보다 자동차 구입이 우선이라는 인식 변화는 가치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경차보다는 중형차가 편하고, 중고차보다는 신차가 좋다. 기왕이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과 스타일도 고려하면 좋다. 15㎞/ℓ가 넘는 좋은 연비의 자동차는 타는 사람을 합리적인 소비자로 돋보이게 한다.

다만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여유가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지난해 세금을 체납하거나 할부금을 내지 못해 법원에 넘어온 차량 경매 건수는 1만건이 넘었다. 전년보다 배 늘어난 사상 최대치였다. 자동차는 집에 이어 개인이 구매하는 두 번째로 비싼 물건이다. 게다가 사는 즉시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이다. 자동차는 꽤 신중하게 구매해야 할 소비재다.

남도영 산업부 차장 dynam@kmiu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