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물 부족국의 물 낭비

국민일보

[한마당-임항] 물 부족국의 물 낭비

입력 2015-03-2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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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있는 물의 총량은 14억㎦나 된다. 지구 표면 전체를 2.7㎞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그 물의 97.4%는 짠 바닷물이고, 나머지 민물도 빙하·만년설(1.76%)과 지하수(0.76%)를 제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강과 호수 등의 물의 양은 0.01%에 불과하다. 따라서 담수는 매우 제한적인 자연자원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그렇지만 우리는 물이 마치 무한정 공급되는 것이라도 되는 듯 쉽게 낭비한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1307㎜로 세계 평균 715㎜보다 훨씬 더 많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연간 수자원 총량은 2615㎥로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비가 여름 한철에 집중되므로 1인당 활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452㎥에 그친다. 물 기근국가는 아니지만,물 부족국 기준인 1700㎥이하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의 물 소비량은 1인당 하루 282L로 독일(120L)의 2.3배에 달한다.

우리 국민들이 물 부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많은 양의 농축산물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농산물과 식품을 중심으로 한 소비재의 생산·유통·소비·폐기 과정에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물, 즉 ‘가상수(virtual water)’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난 양으로 전 세계와 각 나라를 이동한다. 가상수를 포함해 어떤 상품의 전 과정에 들어가는 물 사용량을 ‘물발자국’이라고 한다. 초콜릿의 물발자국 값은 ㎏당 1만7196ℓ로 모든 식품 중 가장 높다. 농축산물 중에서는 쇠고기가 1만5415ℓ로 가장 높다. 유네스코 산하 물·환경교육기관(IHE)에 따르면 한국은 스리랑카,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4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물 문제 해결에 전 세계의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1992년 열린 제47차 유엔총회에서 지정·선포했다. 우리나라에서 물 낭비는 다른 환경문제를 낳기도 한다. 수돗물 생산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낭비되는 물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댐을 지어야 한다. 댐 건설은 산림과 생태계, 그리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훼손한다. 지금도 지리산 댐, 영양 수비댐 등의 건설 여부 등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과 지역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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