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25) 할리우드의 아시아 배우들

국민일보

[영화이야기] (25) 할리우드의 아시아 배우들

입력 2015-06-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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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강의 다리’에 출연한 하야카와
‘어벤져스2’에 이어 ‘주라기 월드’에서 보듯 한국의 문물이 할리우드에 넘실대고 있다. 그러나 한국 등 아시아 배우들의 활약은 여전히 미미하다. 청룽(成龍), 이병헌 등이 할리우드에 진출했지만 무술을 앞세운 ‘활극인형’에 그쳤을 뿐 기껏해야 주연들의 보조(sidekick) 역할 정도이고 정극의 주인공, 나아가 로맨스의 주체가 되는 역할은 언감생심이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나아지긴 했다. 과거에는 아예 백인 배우들이 동양인을 연기했다. 화이트워싱(whitewashing). 대표적인 사례가 1956년 ‘정복자’다. 이 영화에서 전형적인 양키 존 웨인은 칭기즈칸 역을 맡았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이 있다. 할리우드 최초의 남성 섹스 심벌이 일본인이었다는 사실. 하야카와 셋슈(1889∼1973)다. 나중에 ‘콰이강의 다리’에서 일본군 포로수용소장 역할로 잘 알려진 그는 일찍이 시카고대에 유학 중이던 1910년대에 할리우드에 데뷔하자마자 잘 생긴 얼굴과 이국적인 매력으로 즉각 할리우드 최초의 남성 섹스 심벌에 등극했다.

하지만 하야카와는 인종 간 사랑을 금기시한 반잡혼법(反雜婚法·anti-miscegenation laws)의 영향과 점증하던 반일본인 정서에 따라 곧 쇠퇴기를 맞았고, 세월이 흐른 이제는 그런 배우가 있었나할 만큼 완전히 잊혀졌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도는 법. 할리우드에 제2, 제3의 하야카와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랴.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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