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산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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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산성비

입력 2015-06-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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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산성비 피해 숲. 위키미디어 커먼즈
가뭄은 살아 있는 것들에겐 가장 혹독한 고통이다. 제주부터 시작된 장마가 중부지방에서는 예년보다 늦은 7월 초에나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느 해보다도 장마가 기다려지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비는 정녕 단비이나 산성비는 주의해야 한다. 순수한 빗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로 인해 중성(pH 7.0)이 아닌 약산성(pH 5.65)을 띠지만 비는 대기오염물질에 의해 pH 5.6 이하의 산도를 보일 수 있는데 이 경우 산성비라 부른다.

산성비는 태초에 지구상에 비가 내리면서부터 나타났다. 화산은 단기간에 수십만 t의 아황산가스를 분출하기 때문에 원시지구상에 내린 비도 산성비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문헌상의 산성비 관련 최초 기록은 1662년 영국 고문서에 수록된 식물 피해에 관한 관찰에 나타난다. 당시에는 이를 산성비 피해로 인식하지 못했으나, 최근 그 기록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당시 식물 피해가 pH 5.3의 산성비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후 200여년이 지난 1872년에 이르러 영국 화학자 로버트 스미스에 의해 ‘산성비’라는 용어가 최초로 사용되었으나 오랫동안 산성비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북반구 선진공업국의 산성비 피해 사례가 보고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체코슬로바키아와 독일 국경에 걸친 에르츠 산지는 동유럽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과시했으나 지금은 산성비 때문에 메마른 산림이 수십㎞나 이어지는 볼품없는 산이 되고 말았다. 독일은 전체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산림 중 산성비 피해 면적이 55%나 되고 네덜란드의 전체 산림 면적 중 40%, 스위스의 경우는 33%, 프랑스는 20%가 산성비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초록흑사병’으로, 중국에서는 ‘공중사신’ 등으로 불리는 산성비의 피해가 세계 각지로 확장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도 인구 밀집이 높은 대도시 지역과 울산, 창원, 구미 등의 공업도시를 중심으로 산성비 피해가 염려되고 있고, 중국의 공업화로 인한 산성비 영향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하나의 문제가 풀리면 또 다른 과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도시생태계에서의 생존전략인 듯하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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