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26) 배우의 이름

국민일보

[영화이야기] (26) 배우의 이름

입력 2015-06-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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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색 남매
한국인만큼 이름에 집착하는 이들도 없다. 그런데도 외국 영화인들의 이름은 함부로 표기하곤 한다. 대체 왜 그럴까.

무엇보다 일본 식민지 시절의 잔재 탓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외국 배우나 감독들의 이름은 대체로 일본식이었다. ‘일본식’이 어떤 것인가. 일본어는 우리말과 달리 없거나 못하는 발음이 많다. 우선 ‘L’ 발음이 없다. ‘ㄹ’ 발음은 무조건 모두 ‘R’이다. 또 ‘ㅡ’ ‘ㅓ’ 발음도 없다. 그 결과 앨런 래드는 ‘아란 랏도’가 되고 ‘알랭 들롱’은 ‘아랑 도롱’이 된다. 이 일본어 표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아란 랏드’ ‘아랑 드롱’이 됐다. 이런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또 외국어 이름에 무지해서 저지르는 실수도 있다. 명우 일라이 월라크(Eli Wallach)를 엘리 왈라치로 쓴다든가 명감독 Robert Altman과 Robert Aldrich를 로버트 알트만, 로버트 알드리치로 읽는 따위다. 이 경우 올트먼, 올드리치라고 해야 맞는다. Madeline Albright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매들린 올브라이트라고 하듯이.

우리말 표기법이 불합리해서 이름을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남매 배우인 John Cusack과 Joan Cusack은 이중모음 표기를 금지한 우리말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둘 다 똑같이 ‘존 큐색’이 된다. 그러나 누나인 Joan은 당연히 조운이 돼야 한다. 세계화가 시대의 조류인 이제 외국 영화인들의 이름도 제대로 불러줄 때가 됐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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