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규] 빅데이터와 공공조달통계

국민일보

[기고-김상규] 빅데이터와 공공조달통계

입력 2015-07-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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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는 정치나 사회생활뿐 아니라 데이터의 세계에서도 타당한 것 같다. 자료라는 것은 모이면 위력을 발휘한다. 사실 뭉쳐진 데이터는 이미 실제 생활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추세를 분석할 수도 있고 현재의 실태를 정확히 규명할 수도 있다.

수년 전 구글(Google)은 미국 인터넷 사용자의 접속 사이트와 방문자의 관심정보를 분석해 지역별 독감의 강약과 추이를 정확히 예측했다. 이 같은 놀라운 예측능력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고 있는 방대한 자료에 기인한다. 이제 빅데이터는 사람들의 행동은 물론 생각까지 분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조달청이 운영하고 있는 나라장터는 5만 공공기관과 30만 조달기업이 실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공공조달 관련 자료의 보고(寶庫)다. 나라장터를 통한 전자입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7조원이며 전체 공공조달의 60%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공공조달 통계나 자료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조달과정의 각종 통계가 공공기관별로 따로 집계되어 전체 규모를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웠고, 공공구매의 패턴을 분석하거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조달청은 나라장터와 국방전자조달시스템 등 국내의 24개 전자입찰시스템을 연계하게 되었다. ‘온통조달’이라는 공공조달통계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온통조달’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공고부터 입·낙찰, 계약 등 모든 조달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구매유형별, 계약방법별 등 다양한 자료들로 분류해 관련 발주계획 정보와 계약 정보까지 제공해 주게 된다. 온통조달의 개통은 무엇보다 정부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려는 정부3.0의 대표적인 협업 성공사례다.

협업을 통한 통계자료의 연계와 병행해 나라장터 자체의 활용도를 높이는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등이 나라장터를 많이 이용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데이터가 축적된다. 산업부의 R&D 예산을 지원받은 민간 기업이 일정금액 이상의 연구장비를 구매할 때 조달청에 의무적으로 조달 요청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가 R&D 예산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관련 정보도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공공기관들은 편리성 때문에 별도 구매입찰시스템을 갖추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은 자체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관련 기관의 예산절감은 물론 자료의 축적과 활용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온통조달’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자료 호환, 정확한 매칭을 통해 통계자료의 정확성을 더 높여야 한다. 정책 수립뿐 아니라 수요기관의 구매 패턴 연구 등 민간 영역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도록 분석기법 등을 발전시키려고 한다. 또한 지금은 여러 기관의 통계자료를 일정한 양식에 따라 취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각 기관이 생성하는 ‘로데이터(raw data)’를 그대로 받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래야 업무량도 줄고 자료의 신뢰도도 높아지며 빅데이터로서의 효용성도 증가된다. ‘온통조달’이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의 보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상규 조달청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