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명성황후의 체취, 친필 한글 편지

국민일보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명성황후의 체취, 친필 한글 편지

입력 2015-07-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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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친필 한글편지와 편지봉투.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올해가 명성황후(1851∼1895) 서거 120주년이다. 사진조차 전하지 않는 명성황후가 친필 한글 편지로 후세와 직접 만난다. 국립고궁박물관이 8월 30일까지 여는 ‘조선의 왕비와 후궁 전시회’에 나온 한글 편지 4통에 체취가 배어 있다. 궁궐 안에 침입한 일본 군인과 낭인에게 무참히 시해된 명성황후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약소국의 비운을 상징한다.

그러나 화려한 그림 색지나 대나무 나비 연꽃무늬의 시전지에 쓴 먹글씨는 명성황후를 더도 덜도 다르지 않게 그대로 보여준다. 색색가지 시전지 위에 둥글둥글 흘려 쓴 궁체 글씨는 아름답다. 하지만 가까운 일가에게 보낸 편지라도 국모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명성황후의 관심사는 주상전하와 동궁의 안부가 아니면 오로지 벼슬을 높여준 민씨 등 척족뿐이다. 대원군이 척결했던 세도정치가 되살아난 모습이 편지글에서 생생하다. 대신에게 상소문을 올리도록 해서 정치에 풍파를 치도록 하는 수법도 보여준다.

문화유산 국민신탁은 2010년 3월 명성황후 편지 10통을 옥션을 통해 매입, 고궁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112통의 명성황후 관련 한글 편지를 소장자들로부터 더 구입해 그 해 10월 ‘명성황후 한글 편지와 조선왕실의 시전지’란 책을 냈다. 이 편지들은 명성황후의 실상을 전해주는 유일한 실물 기록 자료이기도 하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