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서정] 근로계약서 꼭 써야하나요?

국민일보

[기고-임서정] 근로계약서 꼭 써야하나요?

입력 2015-07-2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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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해야 할 일과 급여를 다 얘기했는데 근로계약서를 따로 써야 하나요? 몇 시간만 일하는 알바생인데도요?” “휴게시간을 따로 줘야 하나요?” “일요일은 쉬는데 주휴수당까지 줘야 하나요?”

근로감독관이 청소년 아르바이트 근로자 고용이 많은 편의점과 PC방 등 소규모 사업장을 지도 점검을 나가면 이런 질문을 많이 접한다. 사용자들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비롯한 기본적인 고용질서를 준수하지 않는 이유 중 상당수가 이처럼 내용을 잘 알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껄끄럽거나 불편하다고 느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온정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에 급속한 산업화로 계약문화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고, 근로계약서 작성에 어려움을 느껴 아예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근로계약은 꼭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 주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해 교부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특히 기간제와 단시간 근로자인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같이 근로계약의 서면을 통한 체결과 교부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청소년,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취약 근로자일수록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시간에 근로를 시키고 약정된 임금을 지급하면 되므로 남용의 유혹이 사라지고, 최소한 몰라서 법을 위반하는 사례는 없어질 수 있다.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으면 계약기간, 임금, 휴가, 휴게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둘러싼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사장님이 좋아서, 또는 직원이 착해서 지금은 아무 문제 없고 앞으로도 분쟁이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명확하지 않은 계약으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면 좋은 관계에 있던 당사자 간의 신뢰에 금이 가고,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서면 근로계약 체결, 최저임금 준수, 제때 임금 지급은 사용자가 지켜야 할 3대 기초 고용질서다.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기본적인 약속이며 법으로 정한 가장 기초적인 질서다. 서면 근로계약 체결은 이러한 기초 고용질서 확립의 첫 단계다. 서면 근로계약 체결을 통한 기초 고용질서 확립을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노력할 때 그 속에서 신뢰가 싹트고 노사가 상생하는 건강한 일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앞서 본 질문에 답해보자. 근로계약서를 꼭 써야 하나요? 그렇다. 근로계약서는 일용근로자나 단시간 근로자에게도 꼭 서면으로 작성해 교부해야 한다.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4시간에 30분 이상 근무시간과 구분해 주어야 하며, 1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반드시 휴일을 부여하고 주휴수당을 주어야 한다.

서면 근로계약 체결은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권리이자 의무다. 임금근로자의 서면 근로계약 작성 비율이 아직 56.7%(지난해 8월 기준)에 불과하지만 사용자와 근로자, 정부가 함께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기초 고용질서가 지켜지는 새로운 근로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새로운 고용질서 속에서 이러한 질문을 기대해 본다. “요즘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회사가 있나요?”

임서정 서울지방 고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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