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진돗개

국민일보

[한마당-성기철] 진돗개

입력 2015-08-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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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는 삽살개, 풍산개와 더불어 대표적인 우리 토종개다. 생김새가 준수하고 충직성, 귀소성, 용맹성이 유별나다. 주인의 목숨을 구하고 죽었다는 전북 임실의 충견 전설, 강원도 최전방에 팔려갔다 전남 진도 주인집으로 돌아왔다는 군견 일화는 모두 진돗개에 얽힌 얘기다. 호랑이 먹잇감으로 진돗개를 우리에 넣어주었더니 호랑이는 죽고 진돗개는 상처투성이였지만 살아 남았다는 옛 이야기는 진돗개 특유의 야성(野性)을 말해준다. 우리 군이 방어준비태세 개념으로 ‘진돗개’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해서일 것이다.

진돗개는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방치되다시피 했다. 선진국들이 토종개 보존과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나라가 없었으니 속수무책이었다. 일본인 학자 모리 다메조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조선총독부에 건의해 193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토록 했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멸종 위기에 놓였다가 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보존사업이 본격화됐다. 지금은 ‘한국진돗개보호육성법’에 의해 특별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진돗개가 아닌 일반개도 진도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이 법을 개정하겠단다. 지금은 번식능력이 없거나 시험·연구용인 경우, 진돗개 홍보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개를 진도에 일절 반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진도군민과 여행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지만 단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진돗개 고유의 혈통을 보존한다는 법 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다. 축제 참가자 등 연간 수십만 명이 진도를 방문하기 때문에 유기견이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진돗개의 이종교배를 막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겠지만 무분별한 완화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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