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드론과 수벌

국민일보

[사이언스 토크] 드론과 수벌

입력 2015-09-12 00:10

기사사진

촬영목적의 상업용 드론. 위키미디어
드론(Drone)의 인기가 한창이다. 미국의 아마존과 DHL은 헬리콥터 날개를 장착한 모양의 상업용 드론을 이용한 배송과 택배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중국의 알리바바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작년 말 개봉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아들, 딸과 함께 옥수수밭을 가로질러 추격했던 비행물체가 상업용 드론의 원조격인 군사용 드론이다. 드론의 공식 명칭은 원격조정 ‘무인비행체’(Unmanned Aerial Vehicle·UAV)로 20세기 초 군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왜 공식 명칭 대신 드론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일까?

드론의 사전적 의미는 수컷 꿀벌, 윙윙거리는 소리, 게으른 사람 그리고 무인비행물체 등으로 다양하다. 상업용 드론이 비행 때 내는 소리가 마치 수벌의 윙윙거리는 소리와 비슷하여 붙여진 것이 아닐까 싶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직접적인 연유는 수벌의 날갯짓 소리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존경 표시라는 배경에 있다는 것이 역사학자이자 군사 분석가인 스티브 잘로가(Steve Zaloga)의 설명이다. 그가 국방뉴스(Defense News)에 기고한 내용은 꿀벌과 무관하진 않으나 윙윙거리는 소리와 연관성은 없다. 그의 설명은 1935년 영국(왕립) 해군 초청으로 해상훈련을 참관하게 된 미국 해군제독 윌리엄 스탠들리(William Standley)의 행적에 초점을 둔다. 훈련에서 영국 해군은 ‘DH 82B Queen Bee(여왕벌)’라는 UAV를 날려 이를 표적으로 삼는 대공사격 시범을 선보였다. 이 비행물체에 중요성을 인식한 제독은 귀국 후 휘하의 델머 파니 사령관에게 영국 ‘여왕벌’과 같은 무인비행체 제작을 지시했고, 이듬해 파니는 선구 모델인 ‘여왕벌’에 대한 경의 표시로 미 해군 UAV에 ‘수벌’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계기라는 설명이다.

2차 세계대전부터 사용된 드론은 한국전쟁 시 북한지역 교량파괴 등에 활용된 바 있다. 살상, 파괴와 정찰을 목적으로 개발된 발명품이 상업적 활용성에 오락적 기능을 더해 일상에 스며든 것은 과학적 성과 보편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침이 없어 공격성을 띠지 않는 수벌처럼 미래의 드론도 공격성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되었으면 한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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