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금융연수원=금감원 연수원

국민일보

[한마당-박정태] 금융연수원=금감원 연수원

입력 2015-10-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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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수원은 1976년 금융사 직원들의 전문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시중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순수 민간기구다. 개원 이래 각종 연수를 통한 금융교육, 자격인증제도 시행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 삼청동에 위치하고 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꾸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금융연수원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낙하산 인사 때문이다. 민간조직임에도 예부터 수장 자리를 금감원 출신들이 꿰차고 들어온 쉼터이긴 하지만 이번 낙하산은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해 6개월간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뒷말이 많다. 논란의 장본인은 조영제 전 금감원 부원장이다.

전말은 이렇다. 이장영 현 연수원장의 임기 만료일은 지난 4월 25일. 당시 후임으로 조 전 부원장 내정설이 나왔다. 그러나 ‘성완종 게이트’가 터진 데 이어 2013년 경남기업 특혜대출 과정에서 조 전 부원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인사가 꼬였다.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한데 검찰은 6월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만 기소하고 조 전 부원장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이유는 증거 불충분.

법적 책임을 면했을 뿐 의혹까지 사라진 건 아님에도 선임 절차는 그 후 각본처럼 진행됐다. 지난 2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도 통과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부적격자 낙하산 인사 시도를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7일 금감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조 전 부원장은 조만간 연수원 사원총회 결의를 거쳐 신임 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문제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금융부문 개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치 적폐를 바로잡지 못하면서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금융개혁의 출발은 낙하산 인사 청산에 있는데 말이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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