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최진철 U-17 축구감독] “졌다, 하지만 한국 축구 미래는 밝다”

국민일보

[데스크 직격 인터뷰-최진철 U-17 축구감독] “졌다, 하지만 한국 축구 미래는 밝다”

입력 2015-11-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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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 U-17(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지난 5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최 감독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을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김태형 선임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사상 브라질 첫 격파, FIFA 주관 대회 최초 조별리그 2연승, 무실점으로 조 1위 진출…. U-17 칠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최진철(44) 감독을 만났다. 16강전에서 벨기에에 0대 2로 완패를 당해서인지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리틀 태극전사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봤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1시간 남짓 진행됐다.



-16강 성적에 만족하나.

“선수들 모두 만족 못했다. 4강까지 갈 수 있는 분위기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16강전에 좀 더 마음을 다잡고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선수들이 1∼2경기를 더 뛰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잃었다는 점에서 많이 아쉽다.”

-4강의 근거는 뭔가.

“2014년 4월과 8월 잇따른 국제대회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9월 수원컵에서도 외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기량이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괜히 조 1위로 올라가 센 팀을 만난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코칭 스태프와도 조 1위로 갈지, 2위로 갈지를 놓고 많이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가 조 1위를 언제 해 보겠나(웃음). 선수들의 자존심 측면에서도 굳이 2위를 하려 하지 않았다.”

-벨기에를 이길 수 있다고 본 것인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그런데 조 1위로 진출하면서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나태해지지 않았나 싶다. 방심했다. 저와 선수들이 심리적 안도감을 가진 거 같다. 조별리그 1·2차전과 16강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분위기가 달리진 걸 느꼈다. 제 잘못이다. 전술적인 부분도 많이 미흡했다.”

-그래도 1차 브라질, 2차 기니전 때의 용병술을 두고 ‘신의 한수’라는 칭찬이 자자했다.

“선수들이 100% 자기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준비가 돼 있었다. 누가 들어가더라도 충분히 보여줬을 것이다. 그만큼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혹 이승우 선수의 페널티킥 실축을 예상했나.

“넣을 거라고 봤다. 하지만 이 역시 축구의 한 재미인 거 같다. 톱 레벨의 선수들도 수많은 실수를 한다. 끝나고 괜찮다고 격려해줬다.”

-이승우 선수 기량은 어떤가.

“다른 한국 선수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본인도 이번 대회를 치르며 아시아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세계무대는 다르다는 걸 분명히 느꼈을 거다. 특히 한국 지도자가 봤을 때 자신감의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훈련 태도나 양에 좀 문제가 있다. 나쁘게 얘기하면 불성실하다. 승우는 본인 입으로 팀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한다. 리더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훈련장과 일상생활에서의 모습이 중요하다.”

-16강전 탈락에 따른 소득은 없나.

“우리 선수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아쉬움이 좀 더 좋은 선수로 클 수 있는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8강까지 갔으면 어떤 자만감에 빠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천재 소리를 들었던 선수들 중에 자만심에 빠져 사라진 이들이 많다.”

-다른 나라 대표팀은 어땠나.

“체격적인 부분에서 우리와 차이가 많이 났다. 16강에 들어간 팀과 그렇지 못한 팀 간의 차이도 있다. 볼 소유와 패스 선택 등 기술적인 부문에서도 차이가 난다. 어느 정도는 훈련 등으로 줄일 수 있다.”

-이번 청소년 대표팀에서 좀 더 성장할 선수가 보이나.

“모든 선수들이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다. 앞으로 이 선수들이 A(성인)대표팀으로 커 나가는 데에는 자기 자신을 낮추고 발전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험이 경험으로 끝나선 안 된다. 특히 16세 오세훈, 김정민의 경우 충분히 성장이 가능하다. 17세 형들과 포지션 경쟁에서 이겨 선발이 됐다. 다음 월드컵에 나갔을 때 다른 선수보다 기술적, 정신적 부분에서 한 단계 위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1∼2명은 월반을 시켜도 되지 않나 싶다.”

-선수와 지도자 생활 중에서 뭐가 확실히 다른가.

“선수 때는 감독이 뭘 원하는지, 어떤 움직임을 원하는지 등의 경기력과 관련된 것만 갖고 가면 됐다. 그런데 감독이 돼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다(웃음).”

-최 감독이 말하는 생각하는 축구란.

“현대 축구의 트렌드는 스피드다. 단지 뛰는 스피드, 몸의 스피드가 아닌 생각하는 스피드를 높이는 축구를 하고 싶다. 빠른 판단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이 90분을 다 집중하긴 어렵다. 순간 몰입과 집중을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하다.”

-‘최진철의 축구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변화, 발전, 미래다. 생각의 변화가 없으면 행동의 변화가 없다. 변화가 있어야 발전이 있다. 그 발전을 통해서 톱 레벨 선수가 되고, 좋은 지도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가르치다 보면 당장의 성적과 미래의 육성 사이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겠다.

“모든 지도자들의 딜레마다. 당장 대회에 나가 써먹을 수 있는 친구를 기용할 것인가, 아니면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쓸 것인가, 이 비율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도 고민이 된다. 그래서 미래 육성 그룹과 대회 그룹으로 팀을 이원화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두나.

“부담감이 없다면 당연히 육성 쪽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회 성과 쪽을 무시할 순 없지만…”

-지도자로서 롤 모델은 누구인가.

“최만희 감독님의 ‘승부욕’, 최강희 감독님의 ‘배려’, 히딩크 감독님의 ‘신의’를 배우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심리 공부를 많이 해보려고 한다. 말로 하는 자신감은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경기에 나가게 되면 어떤 요소들로 인해 100%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 선수들은 훈련과 실전을 나눠 생각한다. 훈련을 어떻게 준비하고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경기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앞으로 계획은.

“골든 에이지(기술 습득이 용이한 만 8∼15세) 전임 지도자로 있으면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겠다.”

한민수 문화체육부장 ms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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