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민호] 표절 예방, 의외로 간단하다

국민일보

[기고-이민호] 표절 예방, 의외로 간단하다

“송유근씨 논문표절 파문 안타까워… 연구윤리 문화 속에서 해결책 모색해야”

입력 2015-12-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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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연세대에서 전국 77개 대학의 연구윤리 담당자들이 모여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최근 송유근씨의 논문표절 건이 단연 화두가 되었다.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후 10년, 또다시 ‘과학영재의 논문표절’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송유근씨는 ‘영재’ ‘천재’로 불리며 촉망받는 미래 과학도였기에 국민적 관심 또한 대단히 높았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표절 논문의 당사자와 관계자에만 국한해 일회성으로 비난만 하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 연구자에게 핵심 가치로 요구되는 연구윤리를 되돌아봄으로써 연구자 개인의 윤리인식 제고는 물론 우리나라 과학과 학문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연구윤리는 연구자들의 기본 덕목이다. 연구자는 연구 수행에 있어 정직과 책임, 진실성을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연구자는 연구부정행위에 따른 비난과 처벌을 받게 된다.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범위와 판단 기준은 국가별로 상이하며, 동일한 국가 내에서도 학문분야별로 다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이른바 FFP라 일컬어지는 위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표절(Plagiarism)을 전형적인 연구부정행위 범주에 넣고 있다. 이 중 표절은 우리나라 전체 연구부정행위 발생 건 중 50% 이상이다. 5% 미만의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활용하는 행위’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표절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로는 ‘책 도둑도 도둑이냐?’는 식의 타인 글에 대한 죄의식 없는 사용과 어려서부터 남의 글 사용에 대한 올바른 글쓰기 학습부족 등이 한몫하고 있다.

표절이 개인과 국가에 주는 폐해는 크다. 개인 연구자는 한순간에 명예가 무너지고, 다른 연구 업적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국가 또한 국제사회로터의 이미지 훼손과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무엇보다 표절은 독자를 속이는 행위이며, 표절로 불공정 경쟁을 함으로써 학문의 발전을 저해한다.

표절 예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연구자가 논문 등을 쓰면서 선행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출처 표시를 정확히 하는 것, 바로 인용(引用)하는 것이다. 유사어인 이용(利用) 활용(活用) 사용(使用)과 달리 ‘끌 인(引)’자를 쓴다. 남의 글을 이용할 때에는 ‘끌어다 쓰고, 끌어온 흔적을 보여줘야’ 한다. 그 끌어온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출처 표시인 것이다.

표절에 대한 연구자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영어권에서는 표절을 ‘타인의 지적저작물을 납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연구자의 논문을 ‘뇌로 낳은 아이(brain child)’로 표현한다. 엄마가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오랜 임신기간과 엄청난 산고가 따르듯 연구자의 논문도 마찬가지다. 선행 저작물의 연구 결과를 이용하는 연구자는 철저한 출처 표시로 선행 연구자에 대한 감사표시와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연구윤리 확립을 위해 정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발표했고, 한국연구재단은 금년 3월부터 ‘사이버 연구윤리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누구나 언제든지 교육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논문 유사도 검사 시스템’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미리 표절 가능성을 검사해 볼 수 있다.

연구윤리는 연구자의 생각과 올바른 사회적 행동양식과 관계된 문화의 문제다. 따라서 표절 등의 연구부정행위는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하며, 학계의 시련 속에서도 소통과 합의의 과정을 이어나감으로써 합리적 기준들을 만들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민호 한국연구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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