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윤중식] 임 일병 구한 ‘어머니의 기도’

국민일보

[삶의 향기-윤중식] 임 일병 구한 ‘어머니의 기도’

상륙장갑차 훈련 중 의식잃어… 꺼져가는 생명 살리신 은혜

입력 2016-02-12 18:10 수정 2016-02-13 00:27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누구나 살다보면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강원도 원주중부교회에서 파송한 임중식(53)·김미경(47) 선교사 부부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8년째 교회개척 사역을 하고 있다. 그들은 올 설 연휴를 며칠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넋을 잃고 말았다. 지난해 9월 입대한 장남 건희(22) 일병이 훈련 중 머리를 크게 다쳤다는 비보였다.

이 소식은 1997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동역하던 오직환 선교사가 ‘긴급기도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과 이메일을 통해 알려졌다. “현재 태국에서 사역하는 예장 합동 총회 세계선교회(GMS) 임중식·김미경 선교사님의 아들 건희가 군부대 훈련 중 큰 부상을 당해 어려운 가운데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임 일병은 지난 4일 경북 포항 해병대 상륙장갑차 상륙훈련 중 내부 구동축에 얼굴이 부딪쳐 중태에 빠졌다. 코뼈도 상하고, 눈 주위 뼈도 부서져 시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사고 후 임 일병은 얼굴이 뭉그러지고 눈 뒤 뇌기저골에 금이 간 상태였다. 얼굴의 부기가 빠지고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수술을 몇 차례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주말 문병을 다녀온 오 선교사에 따르면 주치의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등 많은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했던 이국종 교수라서 주변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임 일병 구호작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12시간 동안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수원 아주대병원 의료팀이 지난 5일 새벽 1시쯤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대구로 날아가 1시간30분 정도 걸려 임 일병을 무사히 수원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이날 오전 급거 귀국한 임 선교사 부부는 설 명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3형제 중 큰아들이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는 신세가 된 것을 바라보며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하고 있다. “건희가 아침면회 때 의식이 있어서 엄마를 찾습니다. 간호사의 손을 뿌리치며 엄마가 보고 싶다고 연필로 씁니다. 동생들을 찾았고 둘째 아이의 이름 상희를 썼어요. 그리고 왜 다쳤느냐고 썼고, 의가사제대라고 쓰더군요.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가슴이 미어집니다. 알 수 없는 미로를 걷는 것 같지만 우리 아들을 향한 그분의 특별한 섭리를 믿기에 오늘도 견딥니다. 새로운 피조물로 다시 빚으실 그분을 기대하기에 저는 오늘도 이렇게 버팁니다.”

며칠 전 저녁면회 때는 김 선교사가 아들 이름을 부르며 들어갔더니 눈을 한번 크게 떠주었다고 했다. 너무 기다리고 있다가 듣는 엄마의 목소리라서 반가움과 간절함의 표현 같았단다. 그리고 또다시 이제는 엄마 손에 쓰기 시작한다고 했다. “내가 왜 다쳤지….”

김 선교사는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었더니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다. 계속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말했지만 아들은 가슴 철렁하는 메시지로 응답했단다. “나 못 하겠어….” 김 선교사가 “이제 엄마 가야 할 시간이야”라고 했더니 아들은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간호사에게 차라리 수면제를 빨리 놔 달라고 부탁하고 잠이 든 아들을 병실에 홀로 두고 나와 병실 밖에서 한참 동안 울며 기도했다고 전했다.

기도는 기적을 낳는다. 임 일병은 12일 오후 4시50분부터 10시까지 외과성형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에 있다. 9일 동안 가슴이 까맣게 타버린 임 선교사 부부는 “꺼져가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신 치유의 하나님이 이 교수님을 보내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면서 “의료진의 손길에 주님이 언제나 함께해 주시고 우리 건희와 시종일관 함께해 주셔서 그의 마음속에 불안함을 거두시고 평안함을 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밝혔다.

yunjs@kmib.co.kr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