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털어내기와 창의성

국민일보

[사이언스 토크] 털어내기와 창의성

입력 2016-05-13 18:54

기사사진

물 털어내기. 픽사베이
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원격으로 촬영한 사진을 전송받거나 기록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지구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 우주탐사선은 태양전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영상자료를 전송한다. 이와 관련해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가 원거리의 기기에 묻은 먼지나 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자연건조는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자국이 남아 사진의 질을 떨어뜨리고 태양전지의 효율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떨림 현상, 즉 진동에 관심을 갖고 물이나 먼지를 털어내는 방법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미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털을 지닌 포유류의 물 털어내는 행동의 역학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연구진은 개가 4초 만에 털에 묻은 물의 70%를 털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기에는 동물 몸집의 크기와 진동수 간에 간접적인 상관성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게 되었다.

몸집이 작은 푸들은 1초에 6회, 대형견인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5회의 진동수를 지닌다. 1초 동안 생쥐는 물을 털기 위해 29회 몸을 흔들어야 하며, 일반 쥐는 18회 진동하는데 이는 가정용 세탁기의 초당 탈수 진동수 17회와 유사하다. 호랑이와 곰 같은 대형 포유류는 1초에 4회 진동하는 속도로 몸의 물기를 털어낸다. 비슷한 양의 물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몸집이 작은 동물이 큰 동물보다 몸을 더 빨리 흔들어야 한다. 즉, 몸집이 클수록 진동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개가 지닌 뛰어난 물 털어내기 행동은 느슨한 가죽의 신체구조로부터 기인한다. 몸을 흔들 때 개의 등뼈는 좌우 양방향으로 30도씩 회전하지만 느슨한 가죽은 각각 90도씩 회전한다. 이러한 3배의 회전 반경 증폭은 가죽 말단에 3배의 빠른 속도를 발생시키고 원심력을 9배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이들은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고급 카메라와 화성탐사선의 렌즈 자동청소 기능은 이 같은 관찰과 분석에서 시작됐다. 자연현상에 대한 인과분석과 창의적 응용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든다. 창의성은 교실이 아닌 자연에서 더 많이 나온다. 5월, 아이들이 자연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해 주자.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