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55> 결혼축가 비용은 묻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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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방] <55> 결혼축가 비용은 묻지 마세요

입력 2016-05-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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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제공
이달에도 지인의 결혼식이 몇 개나 겹쳤다. 이번 봄은 유난히 결혼식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축가 부탁도 많았다. 가수 누구를 좋아하는데 축가를 해줄 수 없느냐고, 좀 알아봐 달라고 애원한다. 결코 쉽지 않은 부탁이다. 이런 방법도 안 되니 돈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오죽 급했을까.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꼭 이 가수가 축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목된 가수는 거액의 출연료를 받는 행사도 신중하게 가려서 결정하는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축가를 돈을 받고 갈 리 만무하다. 신부에게 인기 가수 아무개씨를 축가 섭외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놓았는지,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게 눈에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눈앞에서 나의 결혼을 축하하며 노래를 불러주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황홀감을 안겨줄 것이다.

지난 3월 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웨딩 싱어즈 특집 방송이 시작되었다. 결혼 시즌을 맞아 새롭게 출발하는 신랑 신부들을 축하한다는 취지 자체가 큰 관심을 받았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물론, 싱어송라이터 뮤지션 이적, 장범준과 인기 탤런트 김희애부터 정용화, 정상훈 등 화려한 게스트가 결혼 축하 무대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기쁘고 축하받을 결혼의 이면에는 말 못할 아픔과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숨어 있었다. 그 사연의 무게를 한 뼘이라도 들어주고 힘을 북돋워주기 위한 무한도전의 결혼 축가 이벤트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봉제공장에서 2년간 5000만원을 모은 젊은 신랑의 사연,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버지가 가발을 하고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결혼식장 풍경 속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자욱하다.

결혼 축가 이벤트를 못해줬다고 두고두고 원성을 받고 있다면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몰래 구해 두 손 잡고 공연 보는 감동은 2시간이 넘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사랑은 무르익어 갈 것이다.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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