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앙의 전신갑주’ 무장… 더 강해진 해병

국민일보

[르포] ‘신앙의 전신갑주’ 무장… 더 강해진 해병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병대백령교회를 가다

입력 2016-06-0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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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고봉포구에서 철조망 사이로 바라 본 북한 황해도 장산곶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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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제6여단 군목 신원정 대위가 지난 2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측 소초에서 해안 경계 근무 중인 장병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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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밤 10시,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 ‘해병대백령교회’ 스티커를 붙인 스타렉스 차량 안에서 군종목사인 신원정(28) 대위를 만났다. 신 대위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밤 백령도 내 해안 소초와 경계 초소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난다.

부대 앞 빵집에서 위문품인 머핀과 과일주스를 차량에 싣고 서측 소초로 향했다. 백령도의 밤길은 칠흑같이 캄캄했다. 지역 특성 상 등화관제(적의 공습에 대비해 야간에 등불을 줄이거나 끄는 것)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는 AM 주파수로 북한 방송이 잡혔다. 냉랭한 목소리의 남자 아나운서가 강경한 어조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칭송했다.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지난 1월 북한의 핵 실험 이후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이 백령도에선 뉴스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었다.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는 앞서 2002년 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 북한의 포격 도발이 발생하며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최대 ‘화약고’가 됐다.

서해5도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백령도에서 고봉포구는 북한 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북한과의 직선거리는 불과 10㎞ 정도. 시정이 좋았던 지난 2일에는 심청전에 등장하는 인당수로 알려진 황해도 장산곶 끝자락이 또렷하게 보였다. 해식애가 발달해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 아래로 고기잡이 하는 북한 어선들이 또렷이 보였다.

지난 2월에도 장산곶 서북쪽 해상에 북한 해안포 포탄이 떨어져 주민 대피 준비령이 내려지고 조업 중이던 어선들이 일제히 철수했다. 이번 방문에서도 ‘최접적 군사 요충지이자 첨예한 작전현장’이라는 안내판을 곳곳에서 마주했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번갈아 달려 도착한 소초는 야간훈련준비, 체력단련, 경계근무 투입 등으로 활기가 넘쳤다. 야간이라 병사들이 대부분 잠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신 대위는 “해안 경계를 맡는 부대는 밤을 낮처럼 보낸다”며 “일반 부대 같으면 취침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이 부대는 해가 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임무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소초장실에는 심상민(20) 일병이 신 대위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전 면담을 신청한 장병이다. 어깨를 두드리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 신 대위는 기도로 면담을 시작했다. 15분여 면담을 끝낸 심 일병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크리스천인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면담인데 목사님을 뵐 때마다 군생활 가운데서도 신앙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하게 된다”며 웃었다.

면담을 마친 신 대위는 방탄헬멧, 해병대와 해군 문양이 새겨진 붉은색 스톨을 착용하고 부대를 나섰다. 해안 초소에서 경계 근무 중인 장병들을 위로방문하기 위해서다. 도보로 20여 분 걸리는 북서쪽 해안 초소에선 야간투시경, K2 소총과 실탄, 방독면으로 무장한 두 명의 해병대원이 서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검푸른 바다를 주시하고 있었다.

신 대위는 “최전방 경계 초소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장병들은 실제 전투에 나서는 마음으로 임무에 투입된다”며 “해무(海霧)가 짙게 끼거나 해류의 흐름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선 경계 근무자들의 스트레스도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하나님 아버지. 긴장되는 상황 가운데 경계 근무에 투입된 장병들을 보호하시고, 이들의 군생활 가운데 두렵고 떨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굳건한 믿음과 전우들을 향한 신뢰로 이겨내게 하옵소서.”

두 장병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신 대위의 나지막한 기도 소리가 초소를 휘감았다. 이날 신 대위는 야간 해안정밀탐색작전 훈련 중인 장병들까지 위로한 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소초로 복귀했다. 이 부대 중대장 김성엽(32) 대위는 “장병들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데 목사님이 방문해주실 때마다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된다”며 감사를 전했다.

위문을 마치고 교회로 돌아가는 신 대위에게 사역의 목표를 물었다.

“아무래도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처음 입도(入島)하는 장병들은 심리적인 부담이 큽니다. 경계의 사각지대가 없는 부대에서 위문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해야죠.”백령도=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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