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리셀러(reseller)족

국민일보

[한마당-김영석] 리셀러(reseller)족

입력 2017-01-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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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고속철도(KTX) 열차표 예매일인 지난 10일. 오전 6시 시작된 예매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1시간을 기다렸지만 열차표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이틀 뒤 수서고속철도(SRT) 열차표 예매에 나섰지만 이번엔 시스템 오류로 오류 메시지만 실컷 쳐다봤다. 다음 날 찾은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전국 어디나 갈 수 있는 열차표들이 즐비했다. 정상가보다 1만∼2만원, 많게는 배가 넘는 웃돈이 붙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열차표에 한정되지 않는다. 극성 야구팬들은 한번쯤 온라인 예매에 실패한 뒤 중고 거래 사이트를 방문한 경험이 있을게다. 가을 야구가 시작되면 야구장 티켓 가격은 중고 사이트에서 천정부지로 뛴다. 한 사람이 테이블석부터 외야석까지 좌석별로 수십 장의 티켓을 판매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정상가의 4배 가격으로 구매한 경험도 있다. 중고 사이트엔 유명 그룹 공연 티켓은 물론 유명 브랜드 의류, 스페셜 에디션 인형 등 다양한 신상품들이 올라온다. 활용도가 떨어진 물건을 재판매하는 ‘중고’의 의미를 무색케 한다.

리셀러(reseller)족이다. 이들은 컴퓨터 자동명령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 등을 대량 구매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판다. 이들은 되팔기를 정당한 경제활동으로 인식해 달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되팔기에 실패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은 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그러나 리셀러족 탓에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온라인은 현실의 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암표 행위를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조직적 대량 구매 또는 사기일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인터넷 접속률은 99%다. 온라인은 우리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현실의 장소가 된 지 오래다. 리셀러족에 대한 처벌 규정을 현실화할 때가 됐다.

김영석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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