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국민일보

[한마당-정진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입력 2017-02-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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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비해 조금 늦은 출근길, 어르신들이 지하철 곳곳에 눈에 띈다. 작은 배낭에 등산복 차림이 많다. “남들 출근하는데 뭔 놀음인가”, “저 연세에 아침부터 움직이시는 게 보기 좋아”라는 양가감정이 섞바뀐다.

65세 이상 대한민국 노인에게 공짜인 지하철은 발과 같다. 2015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7곳 지하철의 무임승차 인원은 전체 승차인원의 16.7%다. 2010년에 비해 19.2% 급증했다. 서울 지하철은 2015년 대비 지난 5년간 유로 승객은 고작 2.7% 늘었으나 무임승차 증가율은 15.4%였다.

노인들의 발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16개 도시철도 운영 기관장들은 지난 13일 “무임수송으로 인한 수천억원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지 않을 경우 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헌법의 기본권 위반차원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들의 무임승차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이들은 도시철도 운영사 당기순손실의 61.2%가 무임승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쟁은 수년째 묵은 것이다. 도시철도 운영 기관의 거듭된 요구에 정부는 “지역 주민 복지는 지방 사무이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구 분포상 우리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노인지배)사회에 들어서고 있다. 2020년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가 넘는 고령사회에 맞닥뜨리고 2030년엔 24.3%를 점유하는 초고령사회를 맞는다.

노인 문제를 유·무상 등 복지의 일방 대상의 관점으로 삼을 시기는 지났다. 저출산, 노인기준 연령 상향 여부 등 여러 분야의 순환적 구조를 바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퓰리처 수상작인 소설을 같은 이름으로 영화로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은퇴 보안관인 벨이 스토리텔링의 한 축이다. 노인인 그의 무기력함은 ‘연륜은 나이 듦에 불과하다’는 도식을 확인시킨다. 2017년 대한민국의 노인이 딱 그 형국이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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