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칼럼] 2017선택, 능력이 기준이다

국민일보

[김명호 칼럼] 2017선택, 능력이 기준이다

“맹목 지지 아닌 능력 따지는 스마트 스윙 보터층 두터워져… 이들에게 감동주면 당선”

입력 2017-04-11 17:38
취재대행소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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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은 그동안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이 허구였음을 말해준다. 40% 아래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대세론으로 보기엔 애초 무리였다. 대세론이라면 적어도 1992년 대선의 김영삼 민자당 후보나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장기간 50%를 넘나드는 지지율 정도는 돼야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캠프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믿고 있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핵심 참모들의 안이한 정세 판단이었거나 확실치 않은 대세론을 의도적으로 굳히기 위한 전략, 둘 중 하나였을 게다. 여러 취재나 정황상 친문 세력의 신념에 찬 이데올로기 공유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 중 하나는 지지도가 아니라 비호감도다. 문재인 안철수의 비호감도 추이는 안철수의 지지율 급상승과 상관성이 있다. 안철수의 지지도가 급격히 오른 이달 초부터 그의 비호감도는 상당히 줄었다. 지난 7일 조사(중앙일보)에서 비호감도는 문재인 28.1%, 안철수 4.6%로 차이가 매우 크다. 같은 신문이 지난해 12월 18일 조사한 비호감도는 51.1%(문), 60.1%(안)였다. 뚜렷한 변화다.

비호감도가 주요 변수라고 보는 것은 탄핵 사태와 무관치 않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무능력과 무책임, 불성실은 많은 국민을 학습시켰고, 정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련의 탄핵 과정은 기존의 진보, 보수의 이분법적 시각을 무디게 했다. 그저 편이 갈려진 맹목적 지지가 상당히 엷어졌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양 극단을 제외한 ‘스마트 스윙 보터(smart swing voter)’층이 두터워졌다. 이들은 단순한 중도층이 아니다. 낡아빠진 맹목적 진보, 보수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를 지향하되 이것저것 따져보고, 균형 있는 판단을 해보고, 어떤 사람이 공동체의 미래와 이익에 부합되는가를 보는 그런 유권자층이다. 올 초부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유심히 살펴보면 양 극단 회피심리, 지난 대선과 다른 투표 의향, 비호감도 응답자의 높은 유동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다. 똑똑한 스윙 보터가 늘고 있는 현상으로 읽을 수 있다. 영호남에서 엇비슷한 지지율이 나오는 것도 이런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지금부터가 진정한 승부다.

안철수의 치솟은 지지율도 남은 27일 동안 한두 번은 출렁거릴 것이다. 똑똑한 스윙 보터들이 두 후보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호감도, 즉 결정적 하자가 나타나면 지지 의사를 철회할 사람들은 두 후보 지지층에서 적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의 뚜렷한 확장성 한계도,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정치인 안철수가 담아내지 못해 한때 추락했었던 것도 똑똑한 스윙 보터들의 집단적 판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후보 자질 중에서 무엇을 최우선으로 따질까. 대통령의 능력과 책임성이다.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뼈아프게 학습했기 때문이다. ‘선한 의도가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치가의 자질을 통찰한 막스 베버의 말이다.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정치이고,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이다. 후진국에서 아이들을 혹사시켜 제품을 만든다고 치자. 선진국 의회가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 수입을 금지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쓰레기를 뒤지는 더 참혹한 상태로 전락했다. 좋은 공약 내세우고, 무조건 편들어준다는 달콤한 말 뒤에는 비현실성과 더불어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것까지 감안해 풀어내는 게 정치 지도자의 능력 아닐까. 무능력을 뽑는 것, 그거 공동체의 미래가치를 심각히 손상시키는 행위다. 똑똑한 스윙 보터들은 이런 능력을 본다. 그리고 그들이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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