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김진홍 칼럼] 통합하려면 분노부터 거둬야

“대통령의 성공과 대한민국 미래 위해선 대화합 절실… 증오·적의 표출 지양해야”

입력 2017-04-30 18:45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SNS로 공유하기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5·9 대선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갔다.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막판에 내민 카드는 국민대통합정부다. 며칠 전 ‘비영남 총리’를 비롯해 통합정부의 얼개를 언급한 데 이어 조만간 구체화된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하락세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통합·공동정부론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굳히기에 들어간 문재인의 경우 탕평인사를 통한 내각 구성, 집권 후 국민의당과의 통합 추진과 입법 연대에 방점이 놓여 있다. 당내 비문(非文)계와의 화해를 계기로 넓어진 인재풀을 활용해 이념과 지역을 넘어 골고루 국정 운영에 참여시키겠으며, 당선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정당들과 입법 또는 정책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뒤집기를 시도해야 하는 안철수의 경우 패권세력을 제외한 공동정부 구성, 국회의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결정 수용 등이 골자다. 자유한국당 내 비박(非朴)계와 민주당 내 비문계, 바른정당과 공동으로 내각을 짜겠으며 국회가 합의하면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선거 전략용이라는 성격이 짙지만 지지율 1, 2위 후보의 대국민 약속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 후보 공약에 ‘협치’의 의미가 함축돼 있어 더욱 그렇다. 차기 대통령은 다당제 하의 여소야대 국회와 마주해야 한다. 독단은 금물이다. 그간 반복돼온 대선 승자독식의 관행을 깨야 한다. 그것이 성공한 대통령,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통합은 지난한 과제다. 어쩌면 불가능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역대 대통령이 통합을 외쳤지만 지역·이념·세대 간 대결은 고질이 돼버렸다. 여기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이 크다. 전국 단위의 선거 때가 되면 좀 더 많은 표를 얻거나 지지층을 결속시키기 위해 없던 갈등까지 창출하면서 대립과 반목을 부추겨온 장본인이 정치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과정도 마찬가지다. 지역·이념·세대 대결이 완화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한 후보와 세력을 겨냥한 격렬한 비난전과 마타도어는 예전 못지않다. 문재인의 경우 ‘이명박·박근혜정권 10년’은 우리나라에서 없었어야 했다는 투다. 10년간 잘나갔던 사람들은 대청소 대상인 부패한 기득권세력이거나 청산 대상인 적폐다. 반문연대를 추진하려는 쪽도 적폐세력이다. 안철수의 경우 친문계를 친박계와 똑같이 패권세력이라고 규정한다. 끼리끼리 나눠먹는, 국론을 분열시켜 이익을 취하는 친문패권세력에게 나라를 맡겨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싸울 수밖에 없는 선거 와중이지만 두 후보의 발언에는 분노와 증오, 적의(敵意)가 넘친다. 이런 자세로 통합을 주창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진정으로 통합을 바란다면 마음에서 증오와 분노부터 거둬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나는 선(善), 상대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대선이 막을 내린 뒤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할 수 있는 최소한 관계마저 훼손하는 지경까지 악화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 나아가 며칠 후 탄생할 다음 대통령은 선거기간 자신을 괴롭힌 정적일지라도 능력이 있다면 그가 속한 정당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중용하는 통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승자가 통합과 화합의 주체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유력 후보들이 오늘도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면서 통합을 되뇌고 있다. 이대로라면 통합 대통령은 없다. 또다시 ‘반쪽 대통령’ ‘그들만의 대통령’만 있을 뿐이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SNS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