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두 여자 말에 진정한 예수 사랑 눈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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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두 여자 말에 진정한 예수 사랑 눈떠

안정된 목회 떠나 베트남서 사역… 호치민 지구촌교회 궁인 목사

입력 2017-05-0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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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지구촌교회 궁인 목사가 지난 주말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북카페에서 대형교회 목회자 기득권을 내려놓고 베트남 선교에 나선 이유를 밝히고 있다.
“목사님, 좌천당하신 겁니까.”

경기도 성남 분당구 지구촌교회의 예배를 총괄하는 행정목사로 사역하던 궁인(45) 목사가 2015년 11월 어느 날 베트남 호치민 지구촌교회로 간다고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던진 말이다. 궁 목사는 고개를 흔들며 빙그레 웃었다고 했다.

“제가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요. 복음을 전하는 일에 좌천이라니요.”

3년 전에 일어난 4·16 세월호 참변이 궁 목사의 목회철학을 완전히 바꿔 놨다. 두 자녀와 함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합동 위령소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영정 앞에 헌화하면서 이 땅의 어른으로서 꽃다운 그들을 구원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몸서리쳤다. 영정사진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250여명의 위패 중에서 십자가가 그려진 위패는 10여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어린 청소년들을 차가운 바다에 버리고 왔다는 자괴감과 동시에, 그들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고 영혼도 구원하지 못했다는 철저함 패배감과 자괴감이 들었지요. 그때 이 땅의 어른으로서 그리고 목사로서 무기력했던 나는 누구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생각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그로부터 1년 뒤 어린이날에 일어났다. 모친 유순녀 권사가 ‘예수 잘 믿으라’는 유언을 남기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대형교회 잘 나가던 목회자였던 그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진정으로 예수 잘 믿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돌출 발언도 한 몫 거들었다. ‘언제까지 월급쟁이처럼 목회할거냐’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럼 당신은 공산권 선교사로 갈 수 있냐’고 무심결에 대꾸한 것이 화근이 됐다.

때마침 지구촌교회에서 호치민 지구촌교회에 갈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덜컥 지원하고 말았다. 쓰고 있던 책 주제의 방향도 틀었다. ‘Reaction’을 ‘반응’으로 해석하지 않고, ‘RE(다시)+Action(하라)’로 재해석해 다시 탈고하고 베트남으로 오게 됐다. 이 책은 지난 2월말에 열린 제33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목회일반 부문에서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와 함께 우수상을 수상하게 됐다.

지난해 1월 부임할 당시 상황은 열악했다. 성도가 30명 있는 교회, 그마저도 갈등 속에서 아파하던 교회는 현재 300명 이상이 모이는 비전을 품은 교회로 탈바꿈했다. 지난주 잠시 귀국한 궁 목사는 한국교회 젊은이들에게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인질이 인질범에게 오래 붙잡혀 있으면 자신의 생명이 인질범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질범 입장에 동조하게 되는 현상 말이다.

호치민에는 현재 12만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복음화율은 3%도 안 된다. 약 25개의 한인 교회가 있고, 모든 교회의 전체 한인 성도를 합치면 3000명 정도 된다.

“베트남인 복음화도 급하지만 믿음 생활을 하지 않는 한인을 전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골든타임은 응급실과 침몰하는 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일을 하지 않는 ‘지연행동’과 이별해야 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 미루면서 절망하고, 우울해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기도할 때입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