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남준우] ‘살찐 고양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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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남준우] ‘살찐 고양이’ 막아야

대주주 전횡 제어할 법적 보완 장치 시급… 시장경제 미비점 등 제도적 지원 필요해

입력 2017-05-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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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에서 퇴직한 고위 임원이 요구한 거액의 퇴직금에 대해 조직을 해체 위기에 빠뜨렸다며 지급을 거부한 전경련의 사례가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이 기사는 작년 모 국회의원이 발의한 ‘살찐 고양이 법’을 연상케 해 회자되고 있다. ‘살찐 고양이 법’에 대한 이야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항공에 욕실 용품을 납품하는 트뤼볼사는 9·11 테러로 인한 항공산업의 침체로 부도 위기에 처했으나 루프트한자항공이 스위스항공을 인수·합병(M&A)함에 따라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위기 당시 스위스항공의 최고경영자가 M&A 뒤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것을 보고 트뤼볼사를 살려낸 토마스 민더는 격분해 차후 국회의원이 되자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자는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당시 기업 내 최고임금을 동일 기업 내 최저임금의 12배로 제한하는 법안은 부결됐지만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고 퇴직한 뒤 거액의 특별보너스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은 가결됐다.

여기서 ‘살찐 고양이’란 부당한 부를 취한 거부를 뜻하며 외국 삽화에서는 종종 고임금의 중년 임원을 시가를 손에 쥔 정장 차림의 뚱뚱한 고양이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언론은 월가로부터 거액의 강연료를 받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을 살찐 고양이로 표현하고 있다. ‘살찐 고양이 법’이란 경제 정의 측면에서 기업 임원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로 임금 상한선을 설정해 지나치게 과도한 임금 인상을 억제, 임금의 양극화를 방지하자는 내용이다.

최저임금제 설정 금액에 있어서는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 차이가 있지만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본 생계비 확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최고임금 제한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기본인 자유경제 원칙을 훼손한다며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최고임금제 또한 경제학에서는 가격통제의 일환으로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기업 경영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임원에 대한 고액 연봉 지급이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무방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장기간 감옥 투옥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함에도 고액의 연봉을 수령하거나 막대한 경영 적자에도 불구하고 고액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받는 대주주 겸 최고경영자의 사례에서 보듯 효율시장의 작동에 대한 의구심이 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대주주의 전횡은 대다수 주주의 이익과 배치되므로 법적 장치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바로 살찐 고양이 법의 근간이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경영의 목적은 주주가치의 극대화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대주주 겸 경영인의 경우 급여라는 사적 이익을 극대화할 유인이 발생한다. 따라서 회사 경영이 부실함에도 대주주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급여를 높게 책정한다면 이는 다른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 회사 경영을 도탄에 빠뜨릴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살찐 고양이 법’을 문제제기 차원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보다 정교하게 법제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공공기관, 공익법인 등에 대해서는 원래 법제화 취지대로 추진하되 민간법인은 가령 10대 주주 등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할 때 그 급여는 동일 기업 내 최저임금의 12배로 제한해 살찐 고양이가 되기보다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이 만능은 아니며 시장경제의 부족함을 제도로 보완하는 것이 자본주의를 보다 풍요롭고 인간미 넘치는 제도로 만들 수 있다.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