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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칼럼] 청와대에 레드 팀을 許하라

“새 비서실장은 청와대의 집단사고·확증편향 막아야… 견제와 균형 조직문화 필요”

입력 2017-05-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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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대통령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비서진·내각 사이에 소통이 안 됐다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그동안 귀엣말로 퍼진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그러니 청와대의 의사결정이 건강하고 정밀하게 이뤄질 리 없었다. 지금 진행되는 여러 재판에서 그중 일부가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대통령 지시와 무조건 이행만 있었다. 거기에 비서실장 김기춘, 민정수석 우병우 같은 이들이 대통령 의중에 한 숟가락 더해 과잉 충성하거나, 공공성을 가장한 사(私)를 보태 일어났던 청와대의 비정상을 지금 우리가 목도한다. 비정상에 대한 지적과 개선 건의가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뭔가 정상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람은 어느 순간엔가, 어떤 사정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시스템은 배반하지 않는다. 상황이 바뀌면 적절하게 개선만 하면 된다. 그러니 새 청와대도 아무리 애국충정과 국민을 위한 봉사를 다짐해도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않으면 바로 전 청와대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지 말란 보장이 없다.

군사용어에서 유래된 레드 팀(red team)은 적군 또는 대항군 개념으로 쓰인다. 실제 훈련이나 워게임에서 아군의 취약점 보완과 전략·전술 보강에 활용한다. 요즘 앞서가는 기업들은 이 기능을 작동시켜 조직을 분석·진단하고 전략을 짠다. 권위 있는 일부 외국 언론에서는 대형 특종의 경우 막판에 취재 내용을 전혀 모르는 노련한 기자들로 하여금 레드 팀 역할을 하도록 한다. 이들이 취재 기자들과 다른 시각으로 기사를 검토, 허점과 비논리적인 기술을 잡아내도록 한다. 오보나 다른 피해를 막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새 청와대가 꾸려진다. 임기 초기 국가 운영에 가장 중요한 축은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그가 조심해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을 선거 캠프 핵심 인물들이나 지난 5년간 호흡을 같이했던 사람들로만 채우는 것은 참 위험하다. 정무적 판단에는 시각과 결이 다른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집단사고(groupthink)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에서 온 직업공무원들이 있지만 이런 판단에는 몸을 사린다. 집단사고에 의한 잘못된 결정의 대표 사례는 미국 케네디 행정부의 1961년 쿠바 피그만 침공이다. CIA 주도로 대통령과 안보 수뇌부가 모여 결정했다. 그들은 모두 하버드·예일대 등을 나온 미국의 수재들이고 전 세계 모든 안보 정보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무능해서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 결정을 한 게 아니라 비슷한 시각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과정에 결정적 오류가 생긴 이유다.

또 그동안 대통령 당선을 위해 혼신을 다했던 사람들 일색이라면 청와대는 임기 내내 또 다른 ‘선거 캠페인’만 벌이다 끝날 공산이 크다. 그들은 정책 실행보다 정치와 여론에 훨씬 더 관심이 크다. 그러면 대통령은 조화와 균형을 잃는다. 확증편향성만 커지는 청와대가 되기 쉽다. 대통령은 세 가지 즉 ‘정책, 커뮤니케이션, 실행능력’을 동시에 갖추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일레인 카마르크 하버드대 교수). 정치하는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소통)에는 능하다. 더구나 혹독한 소통부재 정권을 겪었으니 더욱 강조될 것이다. 그러나 새 정권의 청와대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정권이 성공하려면, 소통도 중요하지만 견제와 균형이 절실하다는 점을 투표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레드 팀은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이고 치명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청와대에 갇혀서 발생할 수 있는 집단사고의 독단을 막을 수 있다. 견제와 균형, 건강한 긴장상태 유지를 위해 비서실장은 레드 팀을 허하라.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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