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내렴의 성화 묵상] 새로운 지도자, 지혜를 먼저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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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내렴의 성화 묵상] 새로운 지도자, 지혜를 먼저 구하다

입력 2017-05-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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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꿈(1693년경 작)│루카 조르다노(1634∼1705), 캔버스에 유화, 245×361cm,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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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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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받은 지도자일지라도 일단 권력을 쥐면 이권과 호사를 추구하고 미운 이들의 숨통을 죌 궁리와 장기집권을 꾀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솔로몬은 꿈에 나타난 하나님에게 사리사욕이 아닌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한 지혜를 구했다(왕상 3:4∼15). 권력을 공고히 한 그가 더 이상 피 흘리길 원치 않고 국가의 협치와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화다.

이를 통해 지혜뿐 아니라 부귀영화까지 덤으로 얻는 이 이야기를 화가가 놓칠 리 없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지혜라는 추상적 개념을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 바로크 후기의 이탈리아 화가 루카 조르다노가 그 작업을 훌륭히 해냈다. 익숙한 로마신화를 끌어다 구체화하기 힘든 추상명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주피터를 대체한 듯 하나님을 수염 달린 노인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또 하나님에게서 솔로몬에게 향하는 일직선의 빛으로 지혜를 이상화했다. 솔로몬 위쪽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를 배치했는데, 이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써 기독교 메시지와 그리스·로마 문화 사이의 접점으로 볼 수 있다.

성경을 보면 지혜는 곧 “듣는 마음”과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왕상 3:9) 능력이다. 저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솔로몬은 효율적 통치를 위해 전국에 고급관리들을 배치했다. 인구가 늘어도 “먹고 마시는 것에 모자람이 없었으므로, 백성들이 잘 지냈다.”(왕상 4:20) 또 성전과 왕궁 건축, 성곽과 군비 확충으로 국방을 강화했고 균형외교를 펼치며 활발한 통상·중계무역으로 경제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를 만들었다. 솔로몬의 이름 뜻대로 “평화로운” 번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림도 솔로몬도,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그림은 조르다노가 유럽 최대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왕 카를로스2세의 궁정화가로 초청받아 그린 것이다. 당시 약해진 스페인 왕의 허망한 꿈이 반영된 것일까. 사가들에 따르면 카를로스2세 재위 기간은 구조적 위기가 정점에 이른 때였다. 요즘 말로 적폐가 극에 달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광인왕’, ‘주술왕’이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비합리적 결정을 내린 왕이 카를로스2세였다.

결국 사후 왕위계승전쟁이 벌어졌고 스페인이 차지한 영토는 강대국들에 의해 분할됐다. 화려했던 솔로몬왕국은 어찌됐는가. 말년기 솔로몬은 초심을 잃고 방심과 탈선의 끝을 향한다. 혼인 외교로 후비와 후궁을 합쳐 아내가 1000명. 그 결과 종교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방탕과 사치, 과중한 세금과 힘든 노역으로 왕국은 쇠퇴·분열의 길에 접어든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시작을 ‘잘’ 할 수는 있다. 다른 지도자가 하지 않던 뭔가를 새로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후까지 실패의 모델이 아닌 성공의 모델로 마음에 남는 지도자를 보고 싶은 건 욕심일까. 부디 새로운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은 해피엔딩인 솔로몬 1편을 만들길 바란다. 비극으로 끝나는 솔로몬 2편은 되지 않길 말이다. 금빛내렴<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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