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엔터스포츠] 양손으로 ‘톡톡’… 치매 걱정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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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엔터스포츠] 양손으로 ‘톡톡’… 치매 걱정 ‘훌훌’

‘9988’ 실버스포츠 ② 코리아버드

입력 2017-05-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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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동교회 내 노인학교인 상록수학교 코리아버드 동호회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영동교회 5층 교육관에 모여 운동을 즐기며 오후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트 한편에는 코리아버드에 사용되는 ‘깃공’과 ‘깃공채’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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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마친 코리아버드 동호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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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영동교회 5층 교육관. 백발의 어르신들이 네트 너머로 배드민턴 셔틀콕을 본뜬 ‘깃공’이 날아오자 탁구라켓과 흡사한 ‘깃공채’로 힘껏 받아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깃공의 머리 부분은 플라스틱 소재이며 널따란 토종닭털이 박혀 공기저항이 크다. 테니스를 하듯 힘껏 때려도 깃공의 비행거리는 3∼4m로 짧다.

“으차∼” “워∼이”. 코트 곳곳에서 기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심하는 순간 코트에 떨어질세라 솟구치는 깃공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눈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송골매처럼 번뜩였다. 5분이 채 지났을까. 어르신들의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15명이 모여 결성된 서울영동교회 내 노인학교인 상록수학교의 코리아버드 동호회원들은 이곳에 일주일에 두 번씩 점심식사 이후 모여 운동을 즐기고 있다. ‘코리아버드’.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아 이름이 다소 낯설다. 하지만 국내에서 고안된 코리아버드는 올해로 47년째를 맞은 종목이다. 코트가 좁아서 배드민턴이나 테니스처럼 좌우 움직임이 많지는 않지만, 깃공을 주고받는 랠리 속도는 탁구처럼 빠르다. 탁구와 배드민턴, 테니스의 장점만 모은 운동이다.

코리아버드는 좁은 실내공간에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어 실버스포츠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탁구라켓에 긴 손잡이가 달린 형태의 깃공채 2개를 양손에 쥐고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가며 치는 게 특징이다. 양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좌우 뇌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고, 신체의 균형 있는 발달을 돕는다.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노인들의 심폐 건강은 물론이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1년 전부터 코리아버드를 배우기 시작한 회원 이근무(84)씨는 동호회 내 최고령이지만 코리아버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깃공을 받아칠 때마다 그의 입가엔 어린아이와 같은 미소가 번졌다. “처음엔 코리아버드라는 이름을 듣고 신기했죠. 그런데 실제로 배워 보니 힘을 크게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었어요. 나이가 많아 새 운동을 시작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이씨는 코리아버드를 배우기 전까지 하루에 초등학교 운동장을 10바퀴씩 걷기만 했다. 걷기는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다른 운동을 택할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코리아버드를 배운 뒤엔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처음엔 왼손으로 치는 게 어려웠는데 꾸준히 훈련하다 보니 실력도 늘고 재미가 붙었어요. 100세 시대에 운동은 필수죠”라며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곳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무료함도 날렸죠. 굉장히 만족합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코리아버드가 실버스포츠로 제격인 이유는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에 따라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10∼15분간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고 본 운동에 돌입한다. 본 운동은 5∼10분씩 진행하며, 한 경기가 끝나면 반드시 5분간 휴식을 취한다. 쉬는 동안에는 맥박을 잰 뒤 120이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코리아버드는 초기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운동에 반드시 필요한 보급형 깃공, 깃공채, 전용네트 등을 모두 구입해도 10만원 안팎 수준이다. 특히 수작업으로 제작된 깃공채는 한 번 구입하면 부러지지 않는 이상 평생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코리아버드는 지도사들이 눈높이에 맞춰 지도하기 때문에 운동을 1∼2시간 만에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초보자이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은 소프트형 깃공을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재미를 붙일 수 있다.

코리아버드 유산소운동본부의 위미란 원장은 “코리아버드는 절대 무리해서 점수를 따거나 이기려는 운동이 아니에요. 어르신들께도 상대가 받기 쉽도록 공을 주고받으면서 운동을 즐길 것을 당부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전국 각지에서 코리아버드 지도사들이 이 운동을 홍보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활성화 속도는 아직 더딘 편이다. 김완진 지도사는 “한 번만 배워도 쉽게 즐길 수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어르신들이 참가할 수 있는 코리아버드 대회를 열면 실버스포츠로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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