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입니다’ 당신이 몰랐던 인간 노무현에 대해 [리뷰]

국민일보

‘노무현입니다’ 당신이 몰랐던 인간 노무현에 대해 [리뷰]

영화 ‘노무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억하는 노무현

입력 2017-05-19 00:00 수정 2017-05-19 01:31
취재대행소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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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무현입니다’에 담긴 국민참여경선 당시 유세 중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영화사 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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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인터뷰에 응한 문재인 대통령,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도지사(위 사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영화사 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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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2%.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연거푸 낙선했던 비주류 정치인이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국민의 힘으로 기적은 일어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써내려간 대역전의 드라마가 스크린 위로 옮겨졌다. 제작계획부터 제목까지 철저히 숨긴 채 비밀리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통해서다.

처음 기획된 건 4년 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13 총선 이후에야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 정권의 방해로 자료수집 등에 차질을 빚으리란 우려 때문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의 지원을 받아 ‘N프로젝트’라는 가제 아래 촬영을 진행해 온 영화는 개봉을 한 달 앞둔 지난달 26일에야 원제를 공개했다.

‘노무현입니다’는 노 전 대통령 정치 인생의 중요한 기점이었던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 과정을 조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여론조사 1위 이인제, ‘DJ의 적자’ 한화갑 등 쟁쟁한 상대후보를 제치고 파죽지세로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어떻게 이런 극적인 전개가 가능했을까.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매력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분에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거든요.”(작가 유시민) “화를 내는데 그 밑에 슬픔이 들었어요. 그게 보이는 순간 영구 중독돼서 못 빠져나오죠.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자기 가슴을 먼저 열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매료당해요.”(선거전문가 배갑상)

109분 분량의 영화에는 경선 당시 모습이 담긴 자료화면과 함께 노 전 대통령 주변인들의 인터뷰가 차곡차곡 담겼다. 유시민 작가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인권변호사 시절 노무현 감시를 전담한 중앙정보부 요원 이화춘씨, 변호사 시절 운전기사 노수현씨, 배우 명계남을 비롯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 총 39명이 인터뷰이로 나섰다.

그들은 각자의 기억 속에 자리한 ‘인간 노무현’을 되뇌었다. 인터뷰는 당초 72명을 대상으로 1만2000여분 동안 이뤄졌는데, 영상 기록을 추리고 추려 45분 분량만 영화에 담았다. 단연 눈길을 끄는 장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증언.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오랜 동료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문 대통령은 침통한 얼굴로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며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낭독한 문 대통령은 “제가 이 분의 글 쓰는 스타일을 안다. 처음에 많은 생각을 담았다가 점차 간략하게 다듬는 편”이라며 “머릿속에서 늘 유서를 생각하고 계셨는데 우리는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 이것이 제가 유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픔”이라고 털어놨다.

영화에서 16대 대선 이후의 상황은 생략된다. 대선에서 승리한 노 전 대통령이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모습까지만 비춘다. 화면이 전환되면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검정 리무진이 영구차로 바뀌는 순간, 관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경선 유세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엔딩신은 보는 이의 아린 마음을 한껏 더 짓누른다. 허름한 길을 홀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그는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노무현입니다.”

‘노무현입니다’는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이틀 뒤인 오는 25일 개봉된다. “나는 ‘노빠’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이창재 감독은 “내게는 정치인 아닌 인간 노무현만 보였다. 그에게 풍기는 인간적인 냄새를 담고 싶었다. 노무현다운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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