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칸타타] 코마 상태서 본 십자가… 기도로 다시 얻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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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코마 상태서 본 십자가… 기도로 다시 얻은 삶

기독교 문화공간 문리버파크 대표

입력 2017-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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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 박강월 권사의 소망은 한 가지다. 그는 “주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더 쉽고 편안하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며 “문리버파크가 선교의 도구로 즐겁게 쓰임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주=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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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기독교 문화공간 문리버파크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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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문리버파크(대표 박강월)는 꽃향기로 가득했다. 18일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기독교 문화공간 문리버파크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반긴 꽃내음은 연분홍의 향달맞이꽃이었다. 하우스웨딩, 소규모 세미나 등을 열 수 있는 2층 풀문홀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입구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주부편지 사무실 입구에도 순백의 아우라가 빛나는 마가레트꽃이 만개했다. 뇌종양 수술 이후 박강월(64·일산광림교회) 권사는 문리버파크를 가꾸며 예수님의 은혜를 이웃에게 전하고 있다.

“기독교 문화공간을 세워라” 성령님 음성

박 권사는 하는 일이 참 많다. 수필가인 그는 2006년부터 월간 주부편지 발행인을 맡고 있다. 문자메시지를 통한 중보기도네트워크 ‘아침햇살편지(햇편)’도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평신도들로 구성된 자비량 선교극단을 창단한 이래 사역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하늘의 소명 때문이다.

96년의 한 날로 기억한다. 드라마 대본을 직접 쓰는 등 전국을 다니며 선교공연을 활발하게 하던 때다. 예정에 없던 금식 기도를 종일 드리고 있었다.

“성령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기독교 문화공간을 지으라.’ 저로선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일이었죠. 그래서 기도하는 중에 반문했습니다. ‘어찌 그리 놀라운 일을 이룰 수 있나요.’ 지금도 선명합니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니라’고 종이에 받아 적었더라고요.”

이후 3년쯤 지났을 때 이번엔 박 권사의 남편 박형우(62) 장로가 같은 음성을 들었다. “기독교 문화공간을 지으라.” 부부는 이를 위해 정신없이 달렸다.

머리 삭발한 딸, 지금 생각해도 눈물만 나

헤이리마을에 2800여㎡ 대지를 구입하고 기독교 문화공간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하려던 순간, 박 권사는 죽음과 맞닥뜨렸다. 2010년 묵상집 ‘햇살편지’를 출간하고 이틀 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병원에 갔다.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삭발을 하고 2개월 동안 세 번이나 머리를 여는 수술을 했습니다. 첫 수술 후 코마 상태에 빠졌고 그 상태에서 재수술을 받았지요. 의료진은 물 한 모금도 주지 않았고, 십자가의 예수님처럼 저는 침대에 팔과 다리가 묶인 상태로 생사를 넘나들었습니다.”

겨우 의식을 차린 박 권사는 기쁨도 잠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남편과 하나뿐인 딸이 삭발을 한 채로 자신의 치유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박 권사는 “외모에 신경 써야 하는 예쁜 딸인데, 엄마를 응원한다며 삭발을 했으니 마음이 어땠겠느냐”며 그날을 회상했다.

박 권사는 당시 중보기도의 위력을 체험했다. 햇살편지를 통해 그의 수술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특히 수술 전까지 자신이 그렇게 기도해온 한 말기암 환자는 박 권사의 치유를 위해 스스로를 번제물로 드리겠다고까지 고백했다.

“하나님의 사랑은 참으로 섬세하세요. 제가 수술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하나님은 미리 중보기도 사역을 하게 하셨고, 저로 하여금 중보기도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게 하셨습니다.”

번제물이 되겠다던 그 암 환자는 박 권사가 의식을 되찾던 날에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두 딸을 둔 40대의 가장이었다. 박 권사는 “그분을 생각하면 지금도 고맙고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내가 만난 가장 귀한 분 ‘십자가의 예수님’

박 권사는 혼수상태에서 세 개의 십자가를 봤다고 했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나무십자가였다. 그는 “포기와 좌절, 소망이 반복되는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들을 지나면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만났다”고 고백했다.

수술 후 첫 검사에서 결과가 안 좋아 절망에 빠진 적도 있지만 박 권사는 중보자들에게 무조건 치유를 선포하고 감사기도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재검 결과 의료진으로부터 “깨끗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비밀이 크도다.”(엡 5:32) 2013년 고난주간에 아침묵상을 하며 사도 바울이 외친 이 말씀을 읽다 눈물을 쏟았다. 투병생활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남편이 전 재산을 털어 ‘약속의 땅’에 기독교 문화공간 건축을 시작한 것이다. 아내 이름 ‘강월(江月)’을 영어로 풀어낸 ‘문리버파크’라고 현판까지 달아놓은 채 말이다.

2015년 개관한 문리버파크는 200여석을 갖춘 공연장 문라이트홀과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다. 문라이트홀에선 각종 콘서트와 연극, 뮤지컬 등이 열린다. 박 권사는 중보기도로 하루를 연다.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여자”라며 눈물로 감사의 제사도 드린다. “이제 그만 저를 데려가 달라고 울부짖던 고통의 순간들에도 예수님은 결코 기도의 끈을 놓지 않게 붙잡아주셨습니다. 저의 나머지 삶은 주님뿐입니다. 세상 끝날이 와도 절대 진리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증거할 뿐입니다. 예수님이 아니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30여년 전 주님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깊은 사랑을 그는 예수님과 나누고 있었다.

파주=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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