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백상현 기자의 한국교회 설명서] 교회 돈, 흥청망청 쓸 수 있나

입력 2017-05-20 00:00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SNS로 공유하기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인터넷을 보면 ‘담임목사님이 교회 돈을 흥청망청 쓴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생리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문제 사례를 제외하면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미자립교회 목사님들은 사례비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합니다.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회에 비가 새거나 비품을 구입할 때 본인의 호주머니를 텁니다. 몇 명 안 되는 성도들에게 손을 내미는 게 싫은 것이지요. 재정을 담당할 사람도 없기 때문에 목사님이나 사모님이 헌금을 직접 관리합니다. 어렵게 개척을 하고 성도수가 20명으로 불어나면 그때부터 재정부서를 운영합니다. 재정부원들이 매주 나오는 헌금을 계수하고 장부를 작성합니다. 교회의 상위 개념인 노회나 지방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도가 20명이라 하더라도 할 것은 합니다. 매년 공동의회를 개최하고 1년간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보고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빠듯한 살림살이로 대다수 목회자들은 활동비에 가까운 소액의 사례비를 받습니다.

목회자들이 밤낮으로 목양에 힘써 50∼60명이 모이면 그때부터 일정 수준의 사례비를 받습니다. 교회 사정이 여전히 어렵다 보니 사례비를 인상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꾸죠. 많은 목회자들이 받은 사례비를 다시 내놓곤 합니다. 경조비는 대개 목회자의 지갑에서 나갑니다. 교회 운영에 여전히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거든요.

공동의회에선 예산 및 결산을 발표합니다. 장로, 집사, 권사 등으로 구성된 제직회에서 교회 재정을 유리알처럼 들여다봅니다. 재정부는 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해 각 성도들의 헌금내역을 정리하고 연말정산용 서류를 발급해 줍니다. 매년 수입 지출 재산 물품 및 현금 등의 관리상황을 점검하는 감사도 진행합니다.

교인 수가 100명이 넘어서면 그때부터 안정적으로 목회자에게 사례비를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지출 요인이 생깁니다. 교회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교회이전이나 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처음 교회를 시작한 공간에서 100명이 넘는 성도들을 수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개인이 집을 옮길 때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필요한데 교회를 옮기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결국 교회이전이나 건축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부분은 목회자가 책임을 집니다.

그렇게 건물을 옮기고 교회가 성장하더라도 목회자들이 교회 돈을 함부로 쓸 수는 없습니다. 독립된 재정부서가 있고 재정위원장의 주도 아래 매년 예·결산을 철저히 하기 때문입니다. 목회자의 활동비나 도서구입비는 한계가 있고 결산을 위해 반드시 영수증을 첨부해야 합니다. 성도들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허투루 썼다간 금세 소문이 납니다.

성도들이 500명 이상 모여 중대형교회로 성장하더라도 헌금계수는 재정부가 담당을 합니다. 일부 교회는 ‘재무 회계처리에 관한 시행세칙’까지 만들어 엄격하고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합니다. 예산은 기안문서와 첨부서류, 지출결의서를 제출해야만 수령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3년치 세금계산서, 영수확인서, 지급확인서, 온라인 송금 확인증,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을 정리·보관합니다.

기독교 안티세력의 악의적 주장처럼 교회는 그렇게 허술하게 재정을 운용하지 않습니다. 성도 중에는 기업인이나 자영업자, 회계·행정·감사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오해가 좀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백상현 기자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추후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 gochung@kmib.co.kr  / 전화: 02-781-9711
SNS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