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월드뷰-박상봉] 통일은 희생을 요구한다

탈출 동독인 데려오고 요직에 등용한 독일, 우리는 탈북민 수용하고 잘 보호하고 있나

입력 2017-05-19 18:26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SNS로 공유하기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기사사진

이전사진 다음사진
1 2
독일은 통일과 함께 두 개의 기적을 경험했다. 하나는 나치 전범국이 분단을 마감, 통일을 이룬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통일된 독일이 유럽 최강의 나라로 우뚝 선 것이다. 나치 정권은 12년 동안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바로 홀로코스트다. 1939년에는 폴란드를 침공하여 2차 대전을 일으켰다. 분단은 이런 죄악에 대한 역사의 심판이었다. 전후 독일은 통일을 거론하지 못했고, 국제사회는 분단된 동서독 평화공존에 암묵적인 동의를 보냈다.

1989년 초 방한했던 서독의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통일의 시기를 묻는 질문에 “생전에 통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한국이 통일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1990년 10월 3일, 통일의 꿈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과 직면했다. 서독은 매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통일비용을 지불했고, 동독 기업은 파산을 면치 못했다. 길거리는 실업자로 넘쳐났으며, ‘오시스’(게으른 동독인)와 ‘베시스’(거만한 서독인)라는 신조어도 생기게 되었다.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머릿속 장벽’이 생겼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통일 초, 독일은 갈 지(之)자 행보를 마감하고 20년 만에 유럽 최강의 나라로 우뚝 서게 되었다. 2013년 독일의 GDP(국내총생산)는 유럽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서독은 통일을 행동으로 이루었다. 첫째, 서독은 분단된 40년 동안 동독인 400만명을 수용했다. 동독 탈출민들을 정부 차원에서 보호했다. 1989년 여름 동독의 정치적인 혼란을 틈타 체코나 폴란드로 탈출해 서독 대사관에 진입했던 동독인들을 모두 서독으로 불러들였다. 헝가리-오스트리아 탈출경로 또한 서독정부가 만들어 주었다. 탈북자 3만명에도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우리와는 대비된다.

둘째, 동독 정치범을 석방해 이주시켰다. ‘프라이카우프’는 독일판 인신매매다. ‘자유를 산다’는 의미로 동독에 돈을 주고 정치범을 서독으로 데려오는 프로젝트였다. 서독 교회가 맡아 28년 동안 정치범 3만4000여명을 데려왔다.

셋째, 독일은 통일 후 동독인들을 요직에 등용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메르켈 총리다. 그는 1989년 동독 저항운동을 이끌던 시민운동가였다. 콜 총리는 메르켈의 정계 진출을 도와 2005년 총리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독일의 11대 대통령 가우크, 하원의장 티에르제 등도 동독 출신이다. 남북 하나재단이 있어도 온통 불협화음인 우리와는 다르다. 탈북자에게 덧씌워진 이등국민이라는 딱지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독일은 2016년 시리아 등 난민 110만명도 수용했다. 미국은 6·25전쟁 때 연인원 178만 명을 한국으로 파병했고,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었다. 그들은 이 희생이 자유를 위한 희생이었음을 기린다.

독일의 대표적인 가치는 ‘나도 살고, 너도 살자’로 헌법정신이기도 하다. 독일은 이 가치관에 따라 동독인을 보호했고 통일에 망설이지 않았다. 우리의 통일준비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나? 가치에는 무관심하고 주판알로 통일을 재단하는 데 여념이 없진 않은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통일은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이루기 힘들다. 통일은 억압과 빈곤에서 2400만 북한 동포를 해방시키는 일이다. ‘통일 대박’은 이러한 과정에서 주어지는 보너스에 불과하다. 가치가 우선이다.

분단에서 통일을 이룬 세 나라. 서독, 베트남, 예멘의 통일은 3국 3색이다. 서독은 자유통일, 베트남은 무력적화통일, 예멘은 합의 통일 후 내전 그리고 재분단 위기다.

대한민국의 통일은 어떨까? 하나님은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올 자요…”(계1:8)라고 말씀하셨다. 역사는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시간이다. 한강의 기적, 평양대부흥의 기적을 만든 역사의 주관자가 다시 한반도를 주목한다. 김정은의 만행, 북한 동포의 절규, 미사일과 핵 도발 등을 바라보고 있다. 남한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도 관찰하고 있다. 우리는 제삼국을 유랑하는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있는가, 남한에 도착한 탈북자 3만여명은 잘 적응하고 있는가, 북한 동포들을 구출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통일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내려질 처방이 우리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한반도 긴장 속에 새 정부가 탄생했다. 동북아 정세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역사가 우리 편이기를 기도하자.

박상봉 독일통일정보硏 대표, 그래픽=전진이 기자

※이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 합니다.

SNS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