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손흥민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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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손흥민의 질주

입력 2017-05-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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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5)이 성인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것은 2010년 12월이다. 18세에 불과한 나이였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조광래 현 대구FC 단장은 “손흥민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고 뽑았다”고 회상한다. A매치 데뷔는 그해 12월 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은 것이다. 그 후 아시안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예선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지만 그의 존재는 미미했다. 주전이 아닌 벤치 멤버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51)씨는 폭발했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UAE와 경기(2011년 10월)를 마친 뒤 아들과 함께 독일로 출국하는 자리였다.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그는 작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지금은 대표팀에 들어올 수준이 아니다. 후보로 쓸 거면 대표팀 발탁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 소속팀 적응을 들어 대표팀 차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국내 프로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부상으로 은퇴한 그는 아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인물이다. 아버지이기 이전에 아들에게 드리블 등 기본기를 가르친 혹독한 트레이너였다. 지금도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유소년을 가르치고 있다.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국가의 부름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느냐’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너무 모른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입장을 밝히라는 팬들의 요구에 손흥민은 “열심히 소속팀에서 생활하고 대표팀에도 더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신했다.

그 후 그는 달라졌다. 2012년부터 3년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20골의 기록을 남겼고 레버쿠젠으로 옮긴 2013년에는 29골을 터뜨리며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여세를 몰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것은 2015년 8월이었다. 그리고 2년 차인 올 5월 19일 시즌 20, 21호 골로 차범근이 갖고 있던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19골)을 31년 만에 경신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잉글랜드 진출 두 시즌 만에 한국인 통산 최다 골 기록(종전 박지성 27골)도 29골로 늘렸다. 한국 축구가 낳은 두 거목을 한날 동시에 넘어선 것이다. 아픔을 도약으로 일군 손흥민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김준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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