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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양성진] 노인을 위한 나라

입력 2017-05-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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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NS상에는 ‘대한민국 OECD 50관왕 헬조선’이라는 제목의 자료가 돌아다녔다. 우리나라가 자살률·낙태율·이혼율·노령화 등 사회문제가 되는 50개 분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내용이다. 사실과 다르다. 50개 항목 중 부정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1위를 한 항목은 실제로 14개뿐이고 낙태율 등 몇몇 분야는 OECD 통계 자체가 없다. 거짓 통계가 사실처럼 퍼졌던 이유는 ‘헬조선’이라는 프레임에 끼워 맞추기 적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령화지수의 경우 대한민국이 OECD 1위가 아니다. 많은 언론이 우리가 초고령화사회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하지만, 20∼64세 성인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14년 기준 20%로 OECD 평균 28%에 미치지 못하는 ‘아직 젊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노령화지수 9위라는 현실은 간과할 수 없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960년대 3.7%이던 것이 불과 반세기 만에 14%로 증가했다. OECD 평균의 4배이다. 이 추세라면 2060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의 40%가 넘어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나이 든 나라’가 될 전망이다.

노령화사회를 대비하는 데는 연금정책·근로구조 개선 등의 중요한 문제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인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각능력과 운동능력이 감퇴하였더라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올 1월부터 ‘어르신 우선 주차구역’을 설치하고 있다. 장애인·여성 전용 주차구역과 마찬가지로 어르신을 배려하기 위해 ‘우선 주차구역’을 지정한 것이다. 전용 주차구역과는 달리 자리가 비어있을 때는 누구든지 주차하되, 어르신이 주차해야 할 경우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전용’이 아닌 ‘우선’으로 명명했다. 지금까지 경기도 내 경찰관서·관공서를 중심으로 6500여면을 설치했으며, 대형마트·백화점 등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소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주행 중 배려를 위해 ‘어르신 운전차량 스티커’를 제작, 배부했다. 차량에 부착한 스티커를 통해 노인 운전 차량임을 다른 운전자가 인식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70세 이상 경기도민이라면 경찰서 민원실에서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외국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도조(Idoso)’라는 노인 전용 주차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 마크’가 부착된 차량이 관공서 주변의 주정차 금지 장소에 주정차 했더라도 단속하지 않고, 이 차량에 무리한 끼어들기나 위협운전을 하면 범칙금을 부과한다.

노령화 사회 대비책은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노인 세대를 배려하는 것뿐 아니라 후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 나이 들 것이고, 이 때문에 불행하게 된다는 것은 헌법상 강조되는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조항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복지를 향상시키는 정책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실천돼야 한다. 유명한 영화의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달리, 지금 대한민국에선 ‘노인을 위한 나라’가 진행 중이다.

양성진 경기남부경찰청 제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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