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격 인사로 시작된 검찰 개혁

국민일보

[사설] 파격 인사로 시작된 검찰 개혁

입력 2017-05-19 18:30
취재대행소왱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돈봉투 만찬 사건 감찰지시 때만 하더라도 공직기강 확립이라며 조심스러워 했던 청와대가 검찰 개혁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인적 쇄신과 제도 개선의 선후를 놓고 고민할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기회가 생겼을 때 곧바로 추진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청와대가 발표한 검찰 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이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권력의 눈치를 보던 수뇌부에 반발해 좌천된 강골 검사다. 부장검사인 그를 발탁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은 검사장급으로 환원됐다. 사의를 밝힌 이영렬 고검장은 사표 수리 대신 검사장 자리인 부산고검 차장으로 전보됐다. 검찰이 인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수원 기수는 아예 무시됐다. 윤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1·3차장의 후배다. 기수도 현직 검사장 중 가장 낮다.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옷을 벗는 검찰 관행을 생각하면 엄청난 인사태풍이 예고된 것이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검찰 개혁은 국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소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검찰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애써 모른 척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자 관행이라고 변명하며 덮으려 했다. 수십 년 동안 권력에 취해 조직 자체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게 됐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모든 개혁은 과감하게 시작해 끈질기게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국가 사법시스템의 한 축인 검찰을 외부에서부터 개혁하려면 치밀하고 정교한 준비가 우선이다. 노무현정부에서 시도된 검찰 개혁이 검사들의 조직적 반발을 산 것은 의욕이 너무 앞섰던 탓도 있다. 벌써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수사 지시를 한 것은 아닌지, 인사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무시하지 말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검찰 조직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적폐를 정확히 찾아내 신속하고 정밀하게 도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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