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구인] 女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다짜고짜 추진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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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박구인] 女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다짜고짜 추진하면 끝?

입력 2017-06-22 19:52 수정 2017-06-2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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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강원도 평창군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주사무소.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남북 단일팀 이야기를 꺼냈다. 도 장관은 “북한의 참가는 평화 올림픽의 핵심이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만들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24∼30일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기간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을 만나 단일팀 협조를 구한다고까지 했다.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북 단일팀 추진에 대해 들은 바 없었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했는데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도 부정적이다. 여자아이스하키팀은 올림픽에 대비해 미국인 감독까지 영입하고 귀화선수를 충원하는 등 자체역량 강화에 나섰다. 단일팀이 진행되면 취지상 엔트리의 절반 가량은 북한 선수들로 채워야 한다. 다시 말해 땀흘린 현 대표선수들의 출전기회를 박탈할 수밖에 없다. 공론화에 앞서서 치밀한 연구와 대표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 정부의 불통을 강도높게 비난한 현 정부가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내부 소통과 정책 연구 등이 없었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는 체육계의 의사와 상관없이 각종 인사전횡과 이권개입을 자행해 비판을 받았다. 현 정부는 이를 비판하고 체육계의 자율성과 소통을 약속하며 집권해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도 장관의 일성을 듣고 있노라면 현 정부의 일처리가 전 정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불과 8개월 정도 남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정책 이행을 위한 현장의 협조나 치밀한 준비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전 정부의 실수가 반복될 것”이라는 체육계의 목소리를 간과해선 안된다. 선수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박구인 스포츠레저부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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