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동 칼럼] 文, ‘착한 남자’ 콤플렉스를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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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동 칼럼] 文, ‘착한 남자’ 콤플렉스를 버려라

입력 2017-07-04 17:30 수정 2017-07-0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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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착한 남자’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미지나 삶의 궤적을 볼 때 수긍이 된다. 약자를 포용하고, 강자에게 양보를 강조해온 그의 철학과도 어울린다. 그러나 대통령 문재인이 착한 남자인 것이 반드시 옳을까. 종종 착한 남자는 좋은 사람으로 인식된다. 틀린 말은 아니나 법적, 행정적 권한이 없을 때다. 국가 운영이 착한 마음으로만 이뤄질 수 있을까. 또한 바람직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게다. 지인은 “대통령이 착해서 탈”이라고 말한다. 그는 문 대통령 지지자다. 안타깝게도 호의가 지나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착각하는 세상이다. 착한 남자는 좋은 사람이지만 착하기만 한 사람을 바람직한 사람이라고 하기 어렵다. 착한 남자보다 솔직한 남자, 단호한 남자가 되어야 하고, 그런 리더십을 가진 남자가 진짜 착한 남자다. 더욱이 그 남자가 대통령이라면….

누군들 악역을 하고 싶겠는가마는 대통령이 악역을 기피하거나, 듣기 좋은 소리만 해선 국가의 미래가 없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소신과 다른 결정도 해야 한다. 자이툰 부대 파병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이를 물리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고뇌의 선택을 했다. 대통령이 진영논리에 빠져서 또는 반대여론을 우려해 악역을 기피했다면 미래를 위한 시작도 없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말하다’라는 인터뷰에서 “국정의 책임을 맡은 사람은 여론이 마다하는 일, 시끄러운 일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숙명이다.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나라를 나라답게’도 듣기 싫은 소리, 하기 싫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숙제다.

세상에 공짜 점심 없듯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은 많지 않다. 대통령이 착한 사람으로만 행세해선 이룰 수 있는 건 흔치 않다는 이야기다. 최저임금 1만원은 착한 정책이다. 가난한 자에게, 약자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자는 데 누가 감히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착한 정책이 무조건 옳은 정책일까.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이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나타난 것이 단적인 예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도 같은 이유로 비정규직보호법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높다.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은 어느 정도인지, 또한 적용시점은 언제부터 좋은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없이 1만원이 가지는 상징성에 방점을 둔다면 말이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착하고도 바람직한 정책은 이뿐 아니다. 아동수당 및 기초연금 인상,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청년구직 촉진수당 등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문제는 돈이고 해결책은 증세인데 겉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이젠 국민들도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기 까다로운 게 증세다. 부자증세 서민감세 듣기는 좋다. 솔직히 콘텐츠가 부실할 때 구호가 거창하다. 증세 이전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주의를 먼저 말하라. 헌법 38조도 이를 강조한다. 근로소득자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모른 척하고 법인세 명목세율 및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같다. 경유세 인상 논의도 오락가락한다. 뒤집어 말하면 ‘그때 가봐서’다. 꼼수다. 내년 지방선거 전 증세는 글렀다.

착한 정책만 내놓고 듣기 싫은 소리 꺼리는 것은 대통령의 처신이 아니다. 어차피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이다. 긴 역사 속에 짧은 이음새일 뿐이다. 뭔가 족적을 남기려 하지 마라. 역사의 흐름을 끊거나 방해를 놓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읍참마속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 편뿐 아니라 네 편도 봐야 한다. 옛말에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한 개 더 주라고 하지 않았던가. 비록 가슴속에 피눈물을 흘릴지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 착한 문재인은 좋지만 대통령 문재인이 착해서만은 안 된다.

박현동 논설위원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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